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의와 택일/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알림

민의와 택일/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1.08.16 00:00
0 0

선거가 닥칠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택일문제로 시끄럽다. 겨울에 하느냐 봄에 하느냐로부터 시작해서 어느달 무슨 요일을 투표일로 할것이냐로 여야정파간에 시비가 벌어지는게 관례처럼 되어버렸다. 농번기를 피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어있지만 겨울에 하느냐 봄에 하느냐는 것은 그날의 날씨에 따라 투표율이 상당히 좌우되기 때문에 여야간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대체적으로 날씨가 추우면 투표율이 내려간다고 보기때문에 야당은 추울때 선거하는 것을 동토선거라며 반대한다. 실제 집권여당은 투표율이 올라갈것을 우려해서 야당의 공공연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동토선거를 실시한일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신말기의 10대 국회의원 총선(78년) 이었다.정기국회를 단축해서 일찍 끝내버리고 12월12일 선거를 했던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여당의 예상대로 나오지 않고 그 반대로 나타났다. 야당인 신민당이 여당인 공화당을 득표율에서 이긴 것이다. 즉 신민당이 32.8%,공화당이 31.7%로 야당이 1.1%의 지지를 더 얻은 것이다. 이는 곧 다음해 10·26사태를 불러오는 민심의 반란이었다.

선거날짜를 아무리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로 잡더라도 민의의 발걸음까지 얼어붙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총선이었다.

겨울에 하든 여름에 하든 날씨가 민의의 자연스런 표출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이런 역사적 교훈을 경험을 통해 잘 배웠으면서도 우리네 정치인들은 아직까지 「겨울이 유리하다」 「봄이 유리하다」고 서로 싸우고 있다. 선거날짜 택일이라는 사소한 절차문제를 놓고 심한 논쟁을 벌이다보면 그게 마치 본질문제라도 되는양 착각할때도 있다. 지난 3월의 시군구의원 선거때도 그랬고 내년에 있을 4가지 선거를 두고 역시 언제하느냐는 시기결정이 각정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커다란 정치적 이슈가 되어있다. 한마디로 한심한 정치판이다.

왜 이처럼 사소한 절차문제에 많은 정력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야 하는가. 이런 낭비 정치를 지양할 길은 없는가.

사람들은 그것이 큰일이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그것처럼 쉬운 방법도 없다. 각종 선거법에 선거일자를 아예 명문으로 규정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일이 안되면 월이라도 좋다. 이것은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수 있는 것이다.

각종 선거법들을 살펴보면 선거 실시시기를 너무 넓게 잡아놓고 있다.

총선시기를 규정한 국회의원선거법 99조는 「의원의 임기만료 1백50일내지 20일전에 실시한다」고 되어있다. 13대 국회의 임기반료 1백50일내지 20일전에 실시한다」고 되어있다. 13대 국회의 임기만료일은 92년 5월29일이기 때문에 금년 12월30일부터 내년 5월9일까지의 기간에 14대 총선을 실시하면 된다는 것이다. 무려 4개월이 넘는 기나긴 기간이다.

대통령선거의 경우는 「임기 만료 70일내지 40일전」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기간은 한달로 비교적 짧은 셈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선출에 관한 민자당의 당헌(68조)을 보면 「임기만료 1년전부터 90일전까지」로 되어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92년 2월24일부터 11월26일까지의 무려 9개월 이상의 기간중 아무때나 후보를 선출한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9개월은 너무길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방자치법도 마찬가지이다. 내년에 있을 자치단체장 선거는 6월30일 이내에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어 장장 6개월의 기간을 두고있다. 좋게 해석하면 신축성이 있다고도 할수있지만 기간이 길면 그만큼 낭비적인 논쟁의 여지가 늘어나는 것이다.

광복절은 8월15일이고 제헌절은 7월17일이라는 식으로 각종 선거날짜를 못박아버리면 어떨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