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46돌을 맞는 8·15에 이런 질문과 생각은 여전히 되풀이 된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분단의 책임은 이제 과거의 일로 접어두기로 하자. 한·일 두나라는 밀고 당기는 상호협력과 보완,그리고 경쟁관계로 발전하면서 긴장과 경계도 계속되고 있다. 광복이후 우리의 대일자세를 돌이켜보면 항일 극일 지일의 구호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감정에 치우치고 좌우됨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경제에서 유대와 협력이 한쪽으로 강화되면 여기에 반발하듯 가해자와 피해자의 악몽이 부각되기도 한다.8·15 그날에 패전국으로 전락한 일본은 오늘에 이르러 과거의 일본이 아닌 새로운 나라로,또한 막강한 독자 세력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다. 세계 굴지의 경제대국임과 함께 정치·외교·군사적 영향력까지 겸비하게 되었다. 그뿐인가,문화의 우월성까지 은근히 과시하듯 상당한 침투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이다.
솔직하게 털어 놓자면 우리는 지금 그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있는 셈이다. 무역 역조는 눈사람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으며 왜색문화의 거부감을 비웃듯 일본색 문화는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어 새로운 「예속」이 우려되는 단계에 도달했다. 심지어 북한과의 수교협상을 빌미로 남북관계의 지렛대 역할까지 담당하고 나설기세를 보인다. 이런 사이에 두나라에 깔린 미결의 과제는 자꾸 밀려나고 퇴색하면서 경제·문화의 갈등 구조가 조성되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흔히 말하는 한·일의 동반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시각정비가 필요하다. 고통과 비극의 과거회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는 그것대로 차근차근 정리해야하나,이제부터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지향의 선견을 갖춰 나가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옛날의 증오로 오늘을 호도할수는 없는 일이다.
거듭 지적하지만 우리의 지일은 감정에 무게를 두었지 냉철한 현실 파악은 부족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우리를 투시하고 있는만큼 우리가 일본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배격하고 속으로는 일본을 수용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앞서게 된다.
지피지기의 예지는 현재의 한·일관계에 그대로 적용할만하다. 일본을 똑바로 이해할때 우리는 미워하거나 싫어할 이유가 없어지며 더군다나 지레겁을 먹고 두려워할 까닭도 없어진다. 게다가 세계의 흐름은 어느 특정국가의 독불장군 행세를 허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위세라고 예외로 남겨 두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떳떳하고 굳으면 꿇릴 것이없다. 마구잡이 수용과 막연한 개탄을 청산하고 줏대를 살려가는 힘이 있으면 한·일의 새 장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올해 광복절의 감회는 어느때보다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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