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이 집안싸움으로 바람잘날 없던 실망스런 모습을 벗어나 민생문제에 신경을 쓰는 정당으로서의 변신을 위해 복중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민자당은 정치일정 논의 중지령이 내리자 지난 13일부터 며칠사이에 무역수지적자,내년도 예산,수해대책 등을 다룬 당정회의를 잇달아 열면서 전에 없이 민생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다.
불과 2개월여전 압승으로 끝난 광역의회 선거결과에 도취된 듯 신도시 부실공사 사태가 터져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민자당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뒤늦게나마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한데서 비롯되었겠지만 어쨌든 창당이후 줄곧 「싸우는 정당」으로 투영되었던 집권여당이 「일하는 정당」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평가해줄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의욕」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 컸다. 민자당 정책관계자들은 회의때마다 국민감정을 의식해 원론만을 거듭 강조했을뿐 결과적으로는 줄곧 정부에 끌려다니기만 했다.
지난 13일 무역수지적자 대책회의에서 당은 내수 진정을 위해 총수요억제를 주장했지만 정작 그 알맹이인 총통화증가율 하향 조정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로부터 한치의 양보도 얻어내지 못했다.
또 지난 14일의 내년예산관련 당정회의때도 급격한 팽창예산을 우려하고 삭감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 삭감수치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한 고위당직자는 구체적 삭감요구는 제쳐둔채 『예산팽창률이 실제보다 과장돼 보도되고 있어 우려된다』는 등 오히려 정부를 걱정까지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특별소비세 인상문제에 대해서도 재고를 요청했으나 『이미 발표해 곤란하다』는 정부측 답변 한마디에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사전협의 한번없이 회의석상에서야 불쑥 자료를 내밀며 사실상 추인을 요구하는 정부의 구태의연한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민자당이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덤볐더라면 상황은 좀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민자당이 모처럼 시도하는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내실을 거두자면 더많은 노력과 진지한 접근자세가 필요하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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