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자신감·야 차선강구 맞물려/“공존넘어 야 대전환 예고” 분석가을정국을 향한 여야의 움직임속에 두드러지는 것은 공존으로 가는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모색이다. 「신밀월시대」 「신동반시대」 등의 얘기가 나올정도로 여야관계는 질적 변화조짐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여권은 광역선거이후 분명해진 정국주도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유있는 대야관계 설정을 시도하고 있고 야권을 피부로 느끼는 한계감속에서 차선책을 강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권의 선거구제 변경시도와 정치자금 공유태도,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유엔동행결정 등은 숨가쁘게 전개될 가을정국을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여권의 새로운 대야관계 모색은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염두에둔 장기적 정국구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여당이 거대할수록 소수야당을 끌어안고 가야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할수 있다는게 정치의 상식이고 이점을 지난 광역선거 결과가 여권에 새삼 일깨워줬다고 볼수 있다.
이같은 배경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여권의 새 대야관계 추진은 지난달 16일 노대통령과 김신민총재와의 청와대 영수회담 이후 구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회담에서 향후 여야관계를 내다볼수 있는 상징적 사안으로 거론된게 노대통령의 김신민총재에 대한 유엔 동행권유와 정치자금법 개정문제였다. 그리고 이 두가지중 김신민총재의 유엔동행은 「밀약설」의 우려속에서도 김총재의 참석결단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정치자금법 개정협상은 가을 정기국회의 최대현안중 하나로 부각돼있다.
이와함께 경제·금융단체가 유례없이 미지정으로 기탁한 정치자금중 25억원이 이미 신민당에 배분된것을 정가에서는 의미깊게 해석하고 있다. 또 민자당이 당내 일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거구제안을 대야협상 제1안으로 제시한 것을 새 여야관계 모색과 연결시켜 주목하는 시각도 많다.
신민당이 내각제에 앞서 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구제 변경협상에 나설수도 있다는 확대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신민당의 변신을 기대하는 것은 바로 광역선거이후 나타난 신민당의 한계를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이는 결국 김신민총재가 더이상 대권을 놓고 겨룰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자신감의 발로일수도 있다. 말하자면 정권차원에서의 평가절하인 셈이다.
현재의 「호남대 비호남」 구도가 소선거구제하의 총선이나 대통령선거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김신민총재도 염두에 두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고 여권은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노·김회동서 내각제 개헌문제와 관련해 이같은 부분에까지 깊숙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척이 정가에 무성한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여야관계는 단순한 여야 공존차원을 넘어 권력구조 변경까지가 포함된 야당의 일대전환을 예고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설령 여권이 김신민총재와 가까운 시일내에 어떤 구체적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은 적다손치더라도 여권의 새 대야관계 행보는 장기적인 포석아래 정교히 진행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야권은 가을정국 대야관계의 기본가닥을 「협력관계」로 상정하는 인상이다. 야권의 이같은 자세는 진행중인 야권통합 논의를 포함,광역의회 선거이후 계속 모색되고 있는 「위기탈출」 몸부림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수 있을듯하다.
김신민총재가 15일 당내의 찬반논란속에 유엔총회 참석의사를 발표하면서 『이제 국민도 국가와 민족차원에서 협력할것은 협력하고 반대할것은 반대하는 성숙된 야당을 보고싶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대립과 갈등이 기본속성으로 간주돼온 여야관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분명히 했다. 물론 김총재가 말하는 여야협력은 일단은 「조건부 협력」이라 해야할 것이다. 특히 남북한 유엔가입과 이를 계기로 예상되는 「통일정국」을 감안할때 야당으로서도 「탄력성」을 예비해둘 필요성이 유엔총회 참석결정에 포함돼 있다고 볼수 있다.
김총재가 당내의 반대여론에 대해 『통일정국을 노대통령의 카드로만 줄수없다』고 강조한 대목이 가을정국에서 「야당정치」의 몫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입장을 나타내준다는 해석이다.
이런점에서 김총재는 노대통령의 유엔동행 권유를 딱히 거절할수 없었던 사정을 애당초 안고있었던 측면이 있는 것이다. 즉 통일정국이라는 큰 흐름에서 야당이 소외된 처지로 남을 경우 여러모로 안게될 실을 상정할때 보다 적극적 대야자세를 갖추는게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듯 하다.
야당이 이처럼 초당적 여야협력의 자세를 과시하는 이상 이로부터 얻을수 있는 정치적 실리 또한 가을정국에서 야당이 기대하는 적지않은 부분이랄수 있다. 7·16 청와대 영수회담을 통해 부쩍 감지되는 여권의 대야 유화자세로 미뤄볼때 정치자금법 개정·선거공영제 강화의 요구가 이뤄진다면 야당으로서는 최소한 지난 광역의회선거 판도의 「악몽」은 벗어나 다가올 주요 선거들에 간단치않은 「담보」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권 핵심부와의 이같은 타협적 무드가 불투명한 여권내부사정,나아가 이로부터 초래될수 있는 정국의 갖가지 변수들에 대해 보다 넓은 「선택의 여지」를 신민에 부여할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총재의 거듭된 부정에도 불구하고 정가에서 좀체 사그러들지 않는 내각제 및 선거구제 전환 가능성 등이 바로 이같은 분석과 관련을 갖고 있다고 할수 있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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