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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역조 “눈덩이”… 예속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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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역조 “눈덩이”… 예속론 “고개”

입력
1991.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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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도입 악순환서 이젠 소비재도/제조업 강화 헛수고될 우려국제수지 적자가 당면 경제현안으로 부각된 가운데 올들어 대일무역역조가 급격히 늘어나 한동안 잠잠했던 우리경제의 대일예속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지금까지 대일역조의 주요원인은 기계·전기전자·부품류 등 시설재 도입에 따른 것이어서 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투자 촉진 차원에서 현실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유통시장이 개방돼 일본 전자·자동차업계가 한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일부 국민들의 과소비 풍조를 틈타 문구·악기·완구 등 생활소비재 수입까지 급격히 늘어나는 등 대일 역조내용이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바뀔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14일 경제기획원 상공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대일무역적자(통관기준) 규모는 45억7천7백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의 28억9천1백만달러보다 무려 58.3%나 늘어났다.

올상반기중 대일 수입내역을 보면 악기·문구·완구·인형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출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자부하던 생활소비재류가 1년전보다 평균 23.6%나 되는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관계부처와 업계는 최근 생활소비재 증가추세가 유통시장 개방조치와 관련,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지난해까지 대일무역적자 누적규모는 총 5백80억달러. 우리나라의 연간 언체수출액과 맞먹는 액수다.

그동안 한국이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벌어 일본 좋은일만 시킨다는 각국의 비아냥을 감수한 까닭도 역조요인이 주로 기계부품 등 시설재 도입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때문이었다.

그런데 유통시장 개방을 전후한 생활소비재 수입증가 양상은 국내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근본적으로 헛수고로 만들 가능성을 함축하는 중대한 변화라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관계부처나 업계가 대일 역조개선을 강조해온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88년 39억달러까지 적자규모가 축소된 배경이 기술향상·수출증대 등 자발적 노력의 결과이기보다 엔화절상과 3저현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때문이라는 것이 당국과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또 우리나라의 대일무역구조는 엔화강세로 일본상품가격이 비싸져도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는 경직성을 띠고 있다.

이런 판에 과소비에 따른 생활소비재 수입증가와 유통개방을 틈탄 일본업계의 진출이 겹쳐 앞으로 대일역조가 더욱 심화된다면 이는 광복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오히려 경제예속을 자초하는 형국이 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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