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주민들과 이곳 병원 의료진들은 14일 신문·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보사부 방역대책에 눈살을 찌푸렸다. 서천읍 서해병원 의료진들이 첫 콜레라 환자로 진단을 내린것은 이미 지난 7일. 병원측은 이 사실을 곧바로 관할보건소에 보고했으나 무려 엿새가 지난뒤에야 전국에 때늦은 「콜레라 비상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방역활동을 한다고 나서는 당국의 호들갑이 못마땅한 때문이다.병원측은 환자발생을 보고한뒤 보건소로부터 『보사부에서 공식발표를 통해 확인하기전까지는 절대로 보안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해당환자에게까지 병명을 비밀에 부친채 곧바로 자체 비상체제에 돌입했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어 전전긍긍하며 속을 태울수밖에 없었다.
전염성이 강한 콜레라균의 전염경로를 신속하게 차단치 못할 경우 급속한 확산은 불을보듯 뻔한터였다. 결국 이들의 우려는 14일부터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차 발병지역의 환자들은 곧바로 발병 첫날부터 병원치료를 받아 거의 회복단계에 들어갔으나 이날부터 2차 감염환자로 추정되는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문제가 된 두왕리 상가의 조문객들은 전국 각지로 다 흩어져 버려 일일이 찾아내기조차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현지 의료진들이 『왜 발표를 그토록 늦추었느냐』고 보건소측에 항의하자 보건소는 이 질문에조차 『보사부가 공식 설명할때까지는 우리도 아무말을 할수 없다』고 함구했다.
일반 개인병원에서도 단 하루만이면 판정해낼수 있는 콜레라를 확인하는데 도대체 왜 그토록 오랜시간이 걸렸는지,또 화급을 다투는 국민보건문제를 다루는데 왜 「보안」이 필요한지는 알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것은 콜레라라는 전염병의 후진성에 걸맞게 우리의 보사행정도 지극히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선진국문턱에서 살면서 건강만큼은 후진국 수준에 맡겨놓아야 하는 사실이 정작 콜레라보다 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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