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맨것과 다른 목조른 색흔 뚜렷”/나머지 31명 타살가능성 뒷받침/황적준박사는 “자살” 결론… 논쟁일듯지난 87년 오대양 용인공장의 32명 집단변사자들의 자·타살여부가 여전히 명확히 가려지고 있지않은 가운데 우리나라 법의학계 원로인 문국진 박사(66)가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당시 마지막으로 숨진 이강수씨(당시 44세)의 사인이 자살로 위장된 타살이라고 주장,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대양 용인공장장이었던 이씨는 사건당시 천장에 목맨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부검의의 소견에 따라 이씨가 나머지 31명을 목졸라 죽인뒤 최후로 목을매 자살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문박사의 주장처럼 이씨가 타살됐다면 「제3의 인물」 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머지 31명 전원도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닌 집단타살된 것이 된다.
이에대해 문박사의 제자이자 당시 부검의였던 고려대 법의학연구소장 황적준 박사는 당시 이씨의 경우 자살이 틀림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오대양사건을 둘러싼 법의학계내의 논쟁도 주목되고 있다.
고려대 법의학연구소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을 역임한 문박사는 12일 청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강시·강시』라는 책에서 이씨의 경우를 「혼동되기 쉬운 의사와 교사」의 예로 들어 이씨의 죽음을 타살로 결론내렸다.
문박사는 당시 수사기록과 시체사진,감정서를 검토한 결과 목매 자살한 일반적인 시체와 달리 이씨는 목 윗부분까지 목맨흔적(색흔)이 나타나 있다는 점 등에 의문을 품고 모의실험을 했다.
스스로 목매 자살한 경우(의사) 체중이 끈에 실리는 순간부터 몸이 밑으로 쏠려 끈 아랫부분에 걸친 목부위에는 U자형 흔적이 생기고 목뒤쪽 올가미 부분에는 끈의 흔적이 없거나 희미한 것이 통상적인 예라는 것.
문박사는 이 의문을 풀기위해 돗자리모형에 당시 이씨가 사용했던 천으로 만든 끈을 매달아 실험을 계속했으나 역시 통상적인 예와같이 올가미부분에는 틈이 벌어져 색흔이 나타나지 않았다.
문박사는 대신 올가미의 한쪽끝을 잡고 잡아당겨 죄었을 경우(교사)에는 이씨의 목에 남아있는 흔적과 같은 모양의 색흔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
더욱이 올가미가 있었던 부위의 모발사진을 확대한 결과 모발이 끈 양쪽으로 소용돌이치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끈으로 목을 조일때만 생기는 흔적이라는 것.
문박사는 『이 실험을 통해 이씨의 사인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점을 알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문박사의 제자이자 당시 부검의였던 황박사는 『색흔의 경우는 끈을 묶는 방법에 따라 예외가 있을수 있으며 이씨의 경우는 다른 시체와 달리 얼굴이 뚜렷하게 창백해 자살임이 틀림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목을 죈 교사일 경우에는 경동맥과 기도가 막히나 뇌에 피를 공급하는 추골동맥은 대체로 폐쇄되지 않으므로 계속 공급돼 얼굴에 붉은 울혈현상이 나타나나 목을맸을 경우에는 체중까지 실려 더 강하게 조여지기 때문에 혈관이 모두 폐쇄돼 얼굴이 창백해진다는 설명이다.
황박사는 『이와같은 학설에 대한 예외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적이 없다』며 이씨는 자살이 명백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씨의 사인이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라는 문박사의 주장이 앞으로 검찰의 오대양사건 수사에서 확인될지 의문이나 검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학계의 뜨거운 논쟁은 가라앉지 않을것으로 보인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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