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아물만하면 재발하곤해 국민적 자존심을 마냥 긁어대는게 바로 KAL기 피격사건이다. 83년 9월 민간기에 대한 소련 공군기의 무차별 미사일공격으로 수중고혼이 된 수백명의 원한은 여전히 풀길이 없는데,정부간에서는 정확한 진상공개나 사과한마디 없고,반대로 소련이나 일본 언론들은 끝없이 진상을 추적하며 생생한 순간들을 폭로하고 있어 우리들의 부화가 끓어오르는 것이다. ◆이번에 터져나온건 소련측에 의한 사고기의 블랙박스 회수를 생생히 증언하는 일본 요미우리의 보도이다. 요미우리는 사고기 블랙박스를 인양했던 소련 석유채굴선의 잠수전문가를 직접 면담,인공위성의 지원을 받아가며 사건다음달인 10월 블랙박스를 해저에서 인양했음을 전하고,회수에 관한 10월20일자 보고서도 남아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던 것이다. ◆블랙박스의 인양사실이야말로 KAL기 피격미스터리를 밝혀낼 가장 결정적 물증이다. 사고기의 비행기록은 물론이고 조종실 음성기록마저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을 것이기에,소련측이 더이상 진상공개를 기피할 명분은 없어졌다는 생각마저 불금케한다. 비록 외국언론이지만 인양자의 이름과 작업보고서 마저 밝히고 있는 마당인데 또다시 소련측이 「개인의견」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시치미를 뗄수는 없을 것이다. ◆KAL기 피격사건에 관한한 우리의 처지는 엄청난 피해자이면서도 언제나 문제에 제대로 접근도 못하는 한심한 국외자의 입장에서 벗어나질 못해왔다. 소련언론마저 끔찍한 잔해사진에 곁들여 일찌감치 반인륜적 만행으로 진상을 규탄하고 있는데 소련당국의 형식적 부인에 우리정부는 언제나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왔던 것이다. 북방정책도 중요하고 양국관계도 소중하다지만 블랙박스 인양사실이 분명해진 이번에도 또 양국정부는 입을 봉하고 있을 것인지…. ◆양국관계의 증진은 상호신뢰와 생명의 존엄성부터 인정하는 정직하고 겸허한 자세에서 비롯됨을 소련정부는 지금이라도 깨달아 더이상 국민적 자존심을 긁어대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정부도 이제는 제정신을 차려야 할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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