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기법 새시대엔 「덫」/성과급제 확대등 추진/일 경영비법 한계… 타사영향등 귀추주목세계굴지의 자동차메이커 혼다가 최근 창업자 혼다·소이치로(본전종일랑)의 서거를 계기로 제2의 창업을 시도하고 있다. 전후 최고속 성장가도를 달려온 일본기업으로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던 혼다의 혁신적인 변신은 이제 한계에 달한 모든 일본기업에게 하나의 귀감이 될 새 시대의 경영기법 도입이라는 점에서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지병인 간부전증으로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혼다·소이치로씨가 일궈낸 혼당자동차는 그 자체가 신화이다. 일개 정비공의 신문으로 1948년 혼다오토바이사를 창설해 10년만에 세계최고의 오토바이 생산업체로 키워낸 그였다. 「최고로 앞선 기술」만을 고집한 혼다씨는 이를 바탕으로 64년 자동차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전후 일본의 기적을 주도한 통산성의 반대는 거셌다. 수출드라이브 정책의 전략상품으로 기존의 9∼10개 군소자동차사를 3개로 통폐합,집중육성하려는 마당에 신생혼다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동차로서 혼다의 출발은 모험이며 사운을 건 도박이었다.
그러나 70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한 혼다는 멋지게해냈다. 처음 연 37만4천대를 제작했던 생산라인에서는 현재(90회계연도) 연 1백9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내고 있다. 세계 9위의 자동차메이커로 연매출액만도 3조8천5백30억엔에 달하는 맘모스기업으로 성장했다.
혼다의 신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 자동차메이커로서는 적지라 할 미국에 최초로 진출한 혼다는 미 자동차 3대 메이커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사를 제치고 미국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86년부터 내놓은 중형세단 「어코드」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는 95만2천대를,일본에서는 66만9천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은 혼다·소이치로의 특출한 경영기법에 의한 것이었다.
기술완벽주의를 바탕으로 한 파격적인 특채방법,창의성을 존중한 능력위주의 인사,그러면서도 팀웍을 중시하는 혼다씨의 독특한 경영술에 힘입어 혼다는 세계를 석권해 나갔다.
혼다의 경영술은 같은 일본기업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종신사원제,능력보다는 애사심 그리고 전체의 협동을 중시하는 일본업계는 혼다씨가 지난 73년 정정한 나이인 66세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자신의 친인척을 배제한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떠넘기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업전수라는 일본식 전통을 또 한차례 허무는 파격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의 소니사와 더불어 세계굴지의 일본기업으로 떠오른 혼다는 그러나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년 1·4분기 일본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대비 11.7%나 하락했으며 새로운 모델들은 경이적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경쟁사 도요타의 렉서스 등에 비해 둔탁해보이고 시대에도 뒤처져보여 미국 시장에서 마저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실증하는 상징적 사건이 혼다의 자랑인 「최우수엔진」을 뽐내며 무적을 자랑하던 혼다경주차가 F1 그랑프리에서 프랑스의 르노차에 우승을 뺏긴 일이다.
현재 기술개발담당 부사장인 이리마지리·소이치로씨는 『과거 혼다의 최대 장점은 환경에 따라 스피디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점인데 이젠 그렇지 못하다』고 실토했다. 말을 바꾸면 창업자 혼다·소이치로식의 경영기법은 현재와 같이 방대해지고 복작해진 거대기업을 이끌어가기에는 낙후됐다는 지적이다.
일례는 혼다씨가 중시했던 회사전체의 합의는 변화무쌍한 현 풍토아래서는 시간만 낭비하게하는 「덫」이 됐으며 팀웍은 독창적인 개발을 가로막는 「벽」이 됐다고 이리마지리 부사장은 설명한다.
그렇다고 혼다가 완전 사양길에 접어든 건 아니다. 재무구조도 탄탄하고 생산이나 판매면에서 세계정상기업으로 완전하자를 굳힌 혼다는 단지 이전의 창의성이 결여되고 방만한 경영으로인한 손실이 늘어난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영 후견인으로 카리스마를 발휘해 계열사를 묶어놓았던 혼다씨의 서거로 이같은 인식이 총체적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이다.
「89년 최고의 차」로 선정된 어코드의 예를 들여다 보면 혼다의 어려운 처지가 금방 드러난다.
「월드카」로 생산된 어코드에 대한 미국 구매자의 요구는 고품질이면서도 출퇴근용의 믿을 수 있는 중형가족차였던 반면 일본인들은 신분을 나타낼 고급취향의 승용차를 찾았다. 그러나 혼다로서는 양쪽시장을 모두 만족시킬 모델을 개발하는게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미국에서의 대승리와는 반대로 일본 국내시장에서는 대참패였다.
또 미국시장에서는 「빛나는 승리」를 지키기위해 자동차에 얽매이다보니 오토바이와 동력(발전기 등) 등 2개 계열사마저 침체에 빠지고 말았다.
게다가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경영의 묘를 살리기도 한층 어려워졌다. 지난 85년 5만5천7백명에 달했던 전체 종업원수가 현재 8만5천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비일본인으로 채워져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6월 사장에 취임한 가와모토·노부히코(천본신언)와 판매담당 부사장 무네쿠니·요시히데,그리고 이지마지리 부사장 등 소위 「비상 트로이카」 체제를 출범시킨 혼다는 제2의 창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트로이카는 경영체제의 구조적 혁신과 계열사의 독립성 강조를 내걸고 혼다의 경영전반에 대대적 메스를 가히기 시작했다.
우선 강조한 부문이 중앙권위적 질서의 재확립이다.
각 단위(콤파트) 중심으로 최고의 능률과 창의력을 살렸던 혼다씨의 모토는 현재의 대기업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안이한 풍토를 만드는 역기능을 초래했다고 새로운 경영진은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중간 간부층의 발언권을 강화시키는 반면 이들에게 철저한 책임소재를 추궁할 방침이다. 또 앞으로 2∼3년 이내에 4천여명에 달하는 고위급 경영진에 대해서도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탄탄한 경영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러한 혼다의 변혁은 앞으로 일본기업들이 택해야 할 변화라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공동체(EC) 각국으로부터 「제2의 진주만」이라는 비야냥섞인 견제를 받아가면서도 세계시장을 제패해나가는 일본기업들이 언젠가는 겪어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기업들이 해외지사를 넓히고 현지법인의 독립성을 보다 강화시키면서도 이제까지 세계인들로부터 찬탄을 받아오던 일본식 경영비법을 얼마나 오래 지켜나갈 수 있을지가 특히 관심을 끈다.<윤석민기자>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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