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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에게 생명을 맡겼다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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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한에게 생명을 맡겼다니(사설)

입력
199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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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오락가락하던 늦장마도 완전히 걷히고 한줄기 소나기조차 지나가지않은 11일 새벽 인천직할시 남구 용현동 일대의 주민들이 잠자리에서 느닷없이 겪어야했던 물난리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었다. 인천이 항구도시이기는 하지만 용현동은 바다에 직접 면해있지도 않고 강변에 자리하지도 않았으며 주변에는 산사태를 일으킬만한 야산도 없어 수해를 일으킬만한 요인이라고는 단 한가지도 없는 상가주택 지역이다. 실제로 주거지로 개발된이래 단한차례도 수해를 당하지 않은 이 지대에 난데없이 하수구서 물이 치솟아 도로 1㎞가 물에 잠기고 30여가구 1백20여명의 주민들이 잠자리서 놀라 허겁지겁 대피해야 했다.꼭두새벽에 이같은 일대소동을 벌이게된 것은 인천시가 관리하고 있는 용현펌프장의 당직근무자 2명이 만취한채 배수개문을 닫지않은채 잠들고 말아 열려진 배수로를 따라 만조때의 바닷물이 밀물처럼 역류하였기 때문이었다.

사고직후 열려진 갑문을 닫고 배수펌프를 가동하여 도로와 가옥에 침수되었던 바닷물은 2시간만에 빠져나가고 인명피해없이 침수된 가옥의 재산피해만 드러나 용현동의 새벽 물소동은 수해라기 보다는 한낱 어이없는 돌발사건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어이없는 물소동을 단지 일과성 돌발적 해프닝이라고 보아 넘길수 없는 것은 이 사고가 일선행정전반에 만연되고 있는 기강해이와 근무태만의 표본적인 사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간만의 차가 심한 인천직할시 주변 해안의 펌프장과 배수갑문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해양조류라는 자연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설치된 것으로 자연현상이 잠시도 쉬지 않고 반복되는만큼 펌프장과 배수갑문의 관리근무자는 최전방의 감시초소근무자나 다름없이 항상 경계와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근무수칙을 충실히 지켜야만 한다.

근무수칙과 기강이 어느곳보다 철저히 지켜져야 할 배수장의 당직자가 근무중 음주를 하였다는것 자체도 상식밖의 일이지만 정신을 차릴수 없이 만취된 상태였다니,과연 있을수 있는 일인가를 묻고 싶다.

수재피해가 날때마다 천재니 인재니 하는 논란이 거듭되지만 이번 용현동의 물난리야말로 1백% 인재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할 곳이 어찌 용현펌프장 한곳 뿐일까. 우리 생활주변에는 크고 작은 「용현」이 아마도 수두룩 할 것이다. 그 현장의 책임자들이나 요원들이 방심하거나 태만할때 시민생활에 미치는 피해나 악영향은 상상이상으로 심각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을 책임진 사람들은 고도의 책임감과 자제심,극기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선장이하 선원이 만취상태여서 침몰된 소련 흑해의 여객선사고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사회가강의 해이와 근무태만의 무서움이었다. 각종 안전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의 자기점검과 부하단속이 먼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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