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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대학/유영종(아침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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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대학/유영종(아침조망)

입력
199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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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본래의 향기를 잃어 가고 있다. 청결을 버린 탓인가,한 여름에 입시부정의 독감에 걸려 울리는 신음이 방학의 정적을 깨뜨린다. 대학의 와병은 교육전반에 아픔을 남겨 그 치유가 시급하게 되었다. 가만히 놔두어도 열이 내리고 고쳐질 증상이 아니다. 갑자기 발병한게 아니고 체질이 그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교육부가 특별감사를 하고 검찰의 수사결과로 드러난 건국대 입시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들린다. 다른 대학에서도 들먹이는 것을 보며 지뢰밭을 밟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할 자신이 얼마나 있을지가 의문이다.

입시부정을 밝혀가는 과정은 도식화 되었다. 학교안의 갈등으로 인한 투서가 발화점 구실을 하고 교육부가 뒤늦게 손을 댔다. 행정력의 한계를 이유로 검찰에 넘겨지자 조직적인 수법에 의한 입시 「장사」의 전모가 밝혀진 것이다. 재단이사장과 총장이 직접 관련되고 규모가 커지면서 여론재판을 하듯 분노를 폭발케하고 증폭시켰다. 대학은 꿀먹고 말못하는 궁지에 몰렸다. 도덕성의 상실이라는 지탄이 관례대로 빗발쳤다.

교육부와 검찰이 대학의 비리를 척결한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골탑을 일으켜 세운 사학의 밑뿌리를 생각하면 부정의 문이 언제고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수가 없다. 운영의 공개보다 비명을 앞세우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사학이 깨끗하고 솔직하면 동정이라도 보낼만 하나,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입시장사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해서 대학의 현실이 달라지거나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으며 기대하지도 않는다. 환부에 메스를 가해 열어 놓기는 했어도 회생책은 여전히 모호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진단을 종합한들 달리 묘책이 서지 않는다.

알려진대로 사학의 난관을 돌파할만한 선택의 폭은 좁다. 당장 쳐다볼만한데가 재단의 투자와 등록금 인상 이외에는 별로 없다. 두가지가 모두 실현이 어려운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등록금 인상은 심한 반발에 부딪쳐 있고 평균 기여도가 고작 14%인 재단을 쥐어 짜야 헛수고로 끝날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선택은 두가지이다. 기여금 입학제와 정부지원 밖에 달리 의지할만한 돈줄이 없다. 이중에서 대학측이 연연하고 오랫동안 미련을 못버리는 것은 기여금 입학제라 할것이다. 사학을 살리는 「구원」이 오로지 기부금인 것으로 확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입시부정이 밝혀지자 대학 총·학장들의 모임인 대학교육협의회가 재발 방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방안이 정부지원 확대와 기여입학의 허용이었음은 대책의 한계를 단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여기서 기부금 입학제의 시와 비를 다시 가릴필요는 없을줄 안다. 더 이상의 찬반논의는 낭비에 불과하다. 사학의 입장에선 기부금의 마력에 깊이 빠져들었고 늘 구미가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할것이다.

기부금 입학제는 사학이 절박한 재정난의 「설명」은 되어도 「설득」은 안된다는 난점을 안고 있음을 부인못할 것이다. 국민정서의 위화감,불공평과 불공정의 인정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 시키지를 못한다. 대학에도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혹독한 반응도 있음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 자체로 자기 회생의 방안에 한계를 드러냈음으로 「구원」을 이끌어낼 책임은 저절로 정부의 선택에 돌아가게된다. 정부는 비리를 도려내는 집도를 다한것으로 임무가 끝났다고 판단하면 대학의 앞날은 암담하다. 국민 여론과 분노를 터뜨려 놓고 수습은 알아서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사학의 재정난과 위기가 우리만의 형상이 아님은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사학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된다.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의 사학은 대학재정의 30%가량을 정부보조에 의지해서 살림을 꾸려 나간다. 미국은 35%,영국은 80%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네 형편은 밝히기 민망하리만큼 미미한 정도에 머무른다. 오죽했으면 이임을 앞둔 서울대 총장이 교육투자의 인색에 따끔한 지적을 남겼겠는가.

내년도는 올해에 비해 24%쯤 늘어난 팽창예산안이 짜여 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대통령의 임기를 앞두고 공약사업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1백85개의 공약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림잡아 58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획기적이기 까지는 못해도 교육에 큰 관심을 나타내는 듯한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타성인가,지레짐작인가,교육부의 목청도 예년이나 다를바 없지 않나 걱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엔 완급과 순서가 있음은 당연하다. 그 조절은 선택과 결단에 달렸다. 대통령 공약사업이 성역은 아닐 것이다. 급한 데엔 숨통이라도 열어 주어야 우선 명맥이라도 이어간다. 사학의 비리를 단속하고 질타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과 병행해야 효과가 증대한다. 부정의 소지와 원인을 방치하고 도덕성의 복원을 강조해야 마이동풍이나 다름없다. 대학의 청결은 정부와 학교의 공동책임으로 풀어갈 과제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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