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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놀」 다섯달 뒤/송용희 사회부기자(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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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놀」 다섯달 뒤/송용희 사회부기자(기자의눈)

입력
1991.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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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낮 서울도심 두산그룹빌딩 앞길에서는 뙤약볕아래 만삭의 임부와 아기를 들쳐업거나 안은 부녀자 20여명이 행인들의 안쓰러운 눈길속에 시위를 하고 있었다.이날 새벽 대구에서 상경한 이들은 지난 3월 두산전자의 페놀방류 이후 유산했거나 기형아출산의 두려움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대구지역 페놀피해 임산부모임」 소속.

비지땀을 흘리는 외양만큼이나 이들의 호소도 애절했다.

백모씨(33·대구 북구 침산1동)는 『3월16일 하오 설거지를 하다가 페놀에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뒤 심한 구토와 하혈끝에 유산했으며 지금까지 갖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유산직후 주변에서 정성껏 마련해준 출산준비용품까지 모두 태워버렸다』고 서러워했다.

4개월만에 유산한 이모씨(30· 〃 서구 평리동)는 『페놀사태가 나기전 몇차례 병원진찰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멀쩡하던 아기가 유산됐는데 어떻게 페놀과 무관하단 말이냐』고 분개했다.

이들은 그러나 한결같이 『보상비 몇푼 받자는 것이 아니라 「페놀과의 상관관계가 확실치 않다」고 발뺌하는 재벌회사의 무책임에 분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상경시위 이유를 밝혔다.

두산측은 페놀방류사건 이후 대구시측에 수질개선비 명목 등으로 2백억원을 약속하고 피해보상비로 10억7천만원을 지출했으나 이들과 같은 경우는 인관관계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접협상을 피하고 지난달 환경오염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떠넘겼다.

두산측은 『피해의 인관관계 증명이나 보상액산정은 전문가들의 판정이 있어야하는데 조정이 시작된지 한달도 채안돼 실력행사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당혹스러워했다.

뙤약볕에 앉아있떤 여인들은 『이곳에서는 해결이 안된다』며 2시간여만에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발길을 돌려 그곳에서 농성을 벌였다.

회사측 주장대로 법절차에 따른 해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위에 나선 여인들을 성급하다고 나무랄수도 있겠으나 사건당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던 두산측이 4개월이 지나도록 뒤처리를 깨끗이 못한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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