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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세태 맞물려 수치심도 마비/유흥가 휩쓰는 10대매춘(현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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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세태 맞물려 수치심도 마비/유흥가 휩쓰는 10대매춘(현장출동)

입력
1991.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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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긴다” 스스로 가출 더 큰충격/집단기거하며 “풍요로운 생활”/밤길 호객도 흔한풍경「20대는 르망,10대는 그랜저」 유흥업소 업주들이 농담삼아 주공받는 이말은 『20대 접대부를 고용하면 르망승용차 값을 벌수있고 10대를 잡으면 최소한 그랜저 한대 값을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80년대 이후 번창해온 퇴폐 향락산업과 우리사회의 타락한 도덕성이 맞물려 빚어낸 10대 매춘은 이제 유흥업소와 사창가의 주된 「상품」이 되어버렸다.

타락한 기성세대의 「수요」에 맞추느라 인신매매·납치행위가 극성을 부려 큰 사회문제로 대두돼 있는 가운데 과소비 풍조에 따른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찾아드는 탈선 10대가 늘어나 더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만해도 미아동,방배동,천호동,이태원,강남 등 알려진 환락가마다 흘러넘치는 10대들은 『이 생활이 학교공부나 간섭뿐인 집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할정도로 도덕성이 마비돼있다.

방배동 카페 호스티스 최모양(16)은 『중3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카페주인 아줌마가 「돈벌고 싶지 않느냐」고 권유해 그날로 이 생활을 시작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방얻어 살면서 마음대로 돈을 쓸수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최양의 아버지는 교육정도는 낮지만 꽤 큰 슈퍼마켓을 갖고있는 알부자이다. 『공부만 강요하고 용돈을 거의 주지않는 집이 싫었다』는 것이 최양의 유일한 가출 이유이다.

이곳 카페주인 박모씨(34)는 『인신매매로 여자를 구하던 것은 옛날얘기』라며 『요즘은 일시켜 달라고 찾아오는 10대들을 달래서 돌려보낼 정도로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신매매를 통한 유입이 아주 사라진것은 아니다. 11일에도 서울 동부경찰서에 10대 소녀를 유흥가에 팔아넘긴 김성일씨(23·서울 강남구 역삼동)가 구속됐다.

그러나 인신매매범들도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제안만하면 그곳이 술집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면서도 거의 따라온다』며 『다만 업주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이들의 생활을 구속할때만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10대들이 받는 몸값은 대체로 5만∼15만원 내외. 이들은 유흥가 주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하숙집 등에 4∼5명씩 합숙하면서 마음껏 돈을 쓰며 산다.

최근 용산구 보광동의 10대 호스티스 집만을 털어오다 붙잡힌 범인들은 『이들 집에는 웬만한 중산층도 살수없는 외제침대,수입화장품,고가의 옷,장신구 등이 꽉들어 차있다』고 진술했다.

손님들이 10대를 선홍하는 이유는 이들이 어리다는 점외에 분위기가 밝아 부담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씨(36·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나이든 호스티스들이 매춘을 생계수단으로 여겨 표정이 어둡고 부담스러운데 비해 10대들은 스스로가 선택해 즐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10대 매춘은 반드시 업소를 통해 직업적으로 이루어지지만은 않는다. 단지 당일 집에 들어가기 싫거나 용돈을 벌고싶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1회성 매춘을 하기도 한다. 이태원이나 방배동을 자정넘은 시간에 차를 몰고 지나다 『아저씨,오늘만 재워주세요』 『집까지 바래다 주세요』하는 10대들의 대담한 유혹을 받는것은 흔한 일이다.

서울 강북 모여대 앞에는 아예 이러한 뜨내기 10대 매춘을 알선해주는 곳들도 있다. 다방에 앉아있으면 종업원이 옆좌석 10대들과 합석을 권유,2∼3차를 거치다보면 여관 투숙까지 이어진다.

한 건물은 1층 찻집,2층 카페,3층 룸살롱으로 이루어져 방과후 찻집에 눌러앉아 있는 여고생들을 임시호스티스로 쓰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골목은 「10대 호스티스의 사관학교」라는 명칭도 얻었다.

서울 A여고의 상담주임 김모 교사(52·여)는 『탈선학생이 누군지 뻔히 알지만 속수무책』이라며 『사회전체의 분위기나 도덕성이 이런 상태로 무너져가고 학교와 가정의 메마른 입시위주 교육이 바뀌지 않는한 개선의 여지는 없다』고 비관했다.

◎미아리·방배동등 속칭 “영계촌” 성업/업소마다 2∼10명 고용/“20살이면 환갑”… 손님도 끊겨/업주들 단속 물리적 제지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10일 하오8시께 서울 도봉구 미아4동 대지극장 뒷골목은 이미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번쩍거렸다.

1백여m에 이르는 이면도로 양편에는 치켜올라간 미니스커트 차림의 어린 접대부들이 다리를 꼬고 앉아있거나 아예 큰길가까지 나와 호객을 하고 있었다.

『오빠 한잔하고 가세요. 서비스 끝내드릴께요』

이들은 덕지덕지 화장품을 발라 최대한 나이를 올려보이려고 애썼으나 한눈에 보아도 10대임이 드러나고 목소리는 민망할만큼 어렸다.

속칭 「44번지」,또는 「하꼬방 카페」 등으로 불리는 이곳이 강북지역의 대표적 유흥가로 자리잡은 것은 70년대 중반. 당시 이곳 하천의 복개되고 주택가가 조성되면서 미처 철거되지 않은 판잣집들이 하나 둘 술집으로 바뀌었고 80년대 중반이후 소위 「영계」로 지칭되는 10대 접대부가 대거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위치를 굳혔다.

10대들은 널리 알려진 강남지역이나 이태원 보다는 이곳이 단속을 피하기 쉽다는 이점이 있어 「영계촌」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많이 모여들었고 최근 들어서는 자정이후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로 알려져 강남에서 2차를 오는 취객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이 심야에 대거 몰려온다.

이곳 업소들은 대부분 5∼10평짜리 좁은 홀에 커튼이나 베니어판으로 대충 칸막이 한 3∼4개 정도의 밀실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골목을 따라 여관,여인숙과 뒤엉켜 빽빽히 들어선 업소가 60여곳에 이르고 업소마다 10대 접대부 2∼10명씩을 고용하고 있어 줄잡아 3백여명 정도의 10대들이 이 일대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둠침침한 좁은 밀실에 앉으면 어린 접대부들이 서툰 솜씨로 술을 따르는데 30,40대가 주류인 손님들과 워낙 나이차이가 나 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1만원이면 옷을 모두 벗어던지는 「신고식」을 하고 손님과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자리에서 윤락행위를 하는 「즉빵」도 서슴지 않는다. 이때는 대부분 손님들이 소위 「영계비」조로 2∼3만원씩 팁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10대 접대부들의 「근무시간」은 대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이어지며 손님의 요구에 따라 낮까지 「시간외 근무」를 하는일도 많다.

이들은 보통 월급 30만원에 팁을 합쳐 월 70만원정도는 쉽게 버는데 최모양(16)은 『평균 3일마다 미장원 비용으로 월 10만원,의상비 30만원,화장품비와 군것질 용돈으로 20만원을 쓰고 나머지 10만원은 저축한다』고 말했다.

중3년때 가출,천호동을 거쳐 이곳에 온지 1년 남짓됐다는 최양은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손님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어 지금 생활에 전혀 불만이 없다』고 스스럼 없이 말했다.

이곳 업소들이 대부분 미성년자고용 불법영업과 심야영업 등 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나 주변의 주민들은 『업주들이 번영회를 구성,단속공무원들과 유대를 맺어놓고 있고 업주들이 고용한 「삐끼」 등 건달들이 웬만한 단속은 물리적으로 막는 등 자구책을 만들어놓고 있어 속수무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곳과 함께 서울시내 대표적인 「영계촌」은 방배동 카페골목. 이곳은 고급유흥가인 강남권과 청소년위주 유흥가인 이태원의 분위기가 공존한다. 70년대 여유있는 대학생층을 고객으로 번성했던 카페들은 최근 외견상 의상실,음식점 등으로 많이 바뀌었으나 지하실 등 숨겨진 장소를 이용한 심야 술집이 엄청나게 늘어나 10대 매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길가의 정상업소가 문닫을 시간이 되면 마담이나 웨이터들이 『밤새 영계와 재미볼 수 있는곳이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는 취객들에게도 「삐끼」들이 접근해 유인한다.

옷가게,잡화점,밥집 등을 통하거나 가정집 쪽문 등을 통해 연결된 미로같은 비밀통로를 통해 안내된 심야 지하 룸살롱에는 반나차림의 10대 접대부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모양(19·경기 안양시)은 『이 바닥에서는 20살이면 이미 손님이 끊기는 환갑이므로 나도 곧 떠나야할판』이라며 『이 일대에 심야업소가 1백곳이 넘는것으로 알려져 있어 10대 호스티스는 5백명이 넘을것』이라고 말했다.

재작년 대학입시에서 떨어진뒤 이 일대 카페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카페주인의 권유로 발을 들여놓게 됐다는 김양은 팁과 1주일 1∼2차례 외박의 대가를 합쳐 월수 2백만원은 쉽게 벌고있다며 지난 5월부터는 아예 집을 나와 인근 아파트에 친구 2명과 월세를 얻어살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군에 갔다온후 복학전 「재미삼아」 삐끼일을 하고 있다는 이모군(24)은 『방배동 카페골목에 할일없이 돌아다니는 여고생 정도의 10대들에게 호스티스 일자리를 권하면 10명중 2∼3명 정도는 쉽게 따라오기 때문에 접대부 조달염려는 없다』며 『밤마다 단속공무원들이 이 일대에 깔리지만 기껏 재수없는 음주운전자들이나 걸려들뿐』이라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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