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대결」 회피 「승계」 모색/민주계/반김교감대 확대에 주력/민정계/공화계,입지확대 여지 만족… 경선때 「대안」 부상 기대정치일정 논의를 연말까지 중지키로 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9일 청와대회동 결과에 따라 여권내 후보구도 논란은 재차 잠복기에 접어들었다.
당내 각 계파는 이날 회동내용의 행간에 함축된 뜻을 면밀히 저울질하며 「대회전」에 임할 기본전략의 보완·강화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김대표의 민주계는 9일의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담판과 설득을 통한 권력승계라는 종전의 후보구도 접근 전략으로 돌아섰다.
최근의 파문의 와중에서 취했던 자유경선 불사의 정면대응 태세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는 결국 정치일정 관리나 후보선택과 관련한 노대통령의 「절대적 영향력」을 일단 인정·수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그같은 선택으로 선회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청와대 회동을 통해 얻어진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대표는 노대통령이 후보구도에서 자신을 제외시키지 않은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대통령과의 대결 끝에 후보를 「쟁취」한다는 것은 현 여권의 체질에 비추어 불가능하다는 「현실의 벽」을 절감한것 같다.
동시에 김대표는 때이른 정면승부가 무모한 대권욕의 발로로 여론에 비쳐져 오히려 입지만 좁혀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김대표는 그러면서도 「금년말까지 정치일정 논의중지」와 「계파활동 금지」의 원칙이 정해짐으로써 일부 반김세력의 내각제 개헌추진이나 반김결속 움직임을 저지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있는듯 하다.
김대표측은 특히 금년말까지로된 정치일정 논의 중지시한이 김대표에겐 후보도전을 위한 「유예기간」이며 노대통령에겐 후보구도 가시화의 「마감시한」으로 결국은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관련,김대표측은 10일 당수뇌부 청와대 회동 공식발표와 별개로 노대통령이 『김대표와 정기적으로 만나는것은 단순히 차만 마시자는게 아니라 당무와 국사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니 김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 나가라』 『여권의 대권문제는 야당 식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순리대로 풀어나갈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하며 여기에 내심 크게 주목하는 눈치이다.
김대표는 이에따라 보다 유연한 집권세력 2인자로서의 행보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로 예정했던 민주계 소장파의원과 민주산악회 간부모임을 서둘러 취소한것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김대표가 금년말의 「대결판」을 앞두고 여권 핵심부를 압박하기 위해 일보후퇴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재차 선회할 여지도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박태준 최고위원 중심의 민정계는 김대표가 노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일정논의 유보지시에 밀려 「시한부」 지구전 형태로 부분적인 궤도수정을 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조기 후보구도 결정총선」이라는 김대표 및 민주계의 기본전략이 전혀 변하지 않은 이상 김대표의 물밑 암중모색이 재차 부상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태세다.
최근 박최고위원의 일련의 심상찮은 행보에서 나타났듯 조직적이고 반공개적으로 반김세를 넓혀오던 움직임을 당분간 중단한다해도 민정계 내부,나아가 공화계와 이심전심의 교감대를 유지해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이는 김대표가 9일의 청와대 회동에서 노대통령의 의중을 어떤 식으로 해석했느냐와 관계없이 향후정국의 축을 뒤흔들수 있는 가변요소가 도처에 널려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당장 유엔정국후의 남북관계에 따라 여야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소선거구제에 입각한 정국기본틀에 적지않은 교란요인이 생길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역으로 민주계의 초조감을 자극,봉합된 당내 갈등구조가 다시 터질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행동은 오히려 민주계의 악수로 작용할 소지가 더욱 크다는 판단이다.
민정계는 이와함께 노대통령이 지난 7월중순 박최고위원,김종필 최고위원 등과 잇달아 만나 전달한 정국운영 복안이 9일의 노김회동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있다. 다시말해 노대통령이 최근 법과 당헌에 다른 차기후보선출을 재차 언명한바도 있지만 저간의 사정을 미뤄볼때 차기후보에 관한한 노대통령은 기회균등과 경선을 내세운 「방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노대통령이 10일 당수뇌부 청와대 회동에서 「당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중심의 결속을 당부한 행간의 의미에 민정계가 적지않은 무게를 싣는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최고위원의 공화계는 이번 청와대 회동결과에 대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회동전 목소리를 높였던 정치일정 논의중지·노대통령 의사존중·총선후 후보결정 주장에 하나도 어긋나지 않을뿐 아니라 반영됐다고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최고위원은 김대표 견제의 종전 입장을 보다 확고히 다질것으로 전망된다.
나름대로 해석한 노대통령의 진의를 근거로 김대표와 반대편에 섰을때만이 여권내 입지확대의 여지가 있으며,여권 핵심부와 김대표의 갈등이 재현될 경우 선택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최고위원측은 나아가 갈등이 심화되거나 자유경선이 실시되는 상황이 오면 「대안」으로 부상할 공산도 있다고 보고 있는듯 하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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