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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육적 선거/유승우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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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육적 선거/유승우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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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밤 서울시 의회에서 선출된 교육위원 21명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6시간이 넘는 지루한 소견발표와 투표 끝에 당선이 공고되자 위원하나 하나가 단번에 지방교육 자치법 조문에 명시된 「덕망과 학식있는 인사」가 된것처럼 득의만면했다. 시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의사당을 나서는 교육위원들의 가벼운 발걸음은 선출과정에서 받았던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이미 잊어버린듯 했다.

그러나 이들을 뽑기위해 후보등록,구의회 추천,시의회 선출 등 1개월동안 이어진 선거는 교육계에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낙담한 한 교장 출신후보의 고백은 금품수수,정치오염,교육인의 타락 등 온갖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

시의회 투표일을 앞두고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모고교의 퇴직교장은 후보등록당시 정년을 불과 4개월 남긴 상태였다. 교육위원선거 소식을 듣고 출마를 망설이던차에 한시의원으로 부터 입후보 권유를 받았다.

시의회 분과위원장이기도한 이 의원은 마감전일까지 등록후보가 없던 모구에 입후보하면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과 자신이 밀어 반드시 당선시켜 주겠다고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교장은 정년퇴임도 명예퇴직도 포기하고 서둘러 사표를 낸뒤 등록을 마쳤다. 그 의원은 구의회 추천투표가 다가오자 2억원의 「정치헌금」을 요구했다. 교장이 고민끝에 『2천만원까지 마련해 보겠다』고 하자 의원은 『1억원은 돼야지 당에 체면이 선다』고 말했다.

교장은 결국 총 31표의 구의회 투표중 1표만을 얻어 낙선했다.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통화에서 교장은 그대신 교육경력 후보로 당선된 다른 교장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았다.

이같은 폭로와 비방전화는 선출기간중 줄기차게 계속됐다. 누가 얼마를 뿌렸는지,어떻게 낙점을 받았는지를 밝혀낸다면 교육과 교육자 전체에 미칠 파문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여서 겁이 나기까지 했다.

10일 서울 광주 전남지역외의 각 지역에서 교육위원들이 선출된다. 사후에 어떠한 비리가 터져나올지 아직 모르겠지만 자라는 2세들을 위해 더 이상 별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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