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등 대미우호 모색/걸림돌 인질문제에 “입김”지난 8일 레바논에 5년동안 억류돼있던 영국기자 존·매카시(34)의 석방은 중동의 역학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이번 인질석방은 걸프전이후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시리아가 미국주도의 중동평화회담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존·매카시 기자를 억류하고 있던 단체가 친이란계 「회교지하드(성전)」라는 점에서 그의 석방에 이란의 손길이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질석방 하루전인 7일 압둘라·누리 이란 내무장관이 라프산자니 대통령의 친서를 하페즈·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전달하러 시리아로 출발한 사실은 이번 사건이 시리아와 이란의 사전교감의 결과이고 새롭게 형성될 중동의 세력판도를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백악관은 7일 인질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이전과는 달리 「회교지하드」의 발표에 따라 곧 석방될 자국 인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인질석방 소문이 나돌때마다 숱한 실망을 경험했던 미국도 이번만큼은 낙관적인 분위기이다.
사담·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걸프전의 패배로 급격히 위축된 이후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중동의 정치적 변화를 모색해왔다. 시리아는 소련으로부터 더이상의 정치·군사적인 지원이 어렵게되자 미국에 접근하지 않을수 없었고 걸프전과 중동평화회담에서 미국의 편을 들어 새로운 대미관계의 서막을 열었다. 이러한 미국과의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시리아가 고심한 점이 중동의 서방인질 문제였다. 아사드 대통령은 중동 회교테러단체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십분발휘,인질석방에 성의를 보임으로써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더욱 강화하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은 이라크와의 8년 전쟁으로 피폐된 자국경제의 재건을 위해 미국과 영국 등의 도움이 절실했다. 인질문제 해결이 이들 국가와의 관계회복에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 이란은 한편으로는 레바논내의 회교과격단체가 현시점에서 자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실 인질문제는 보다 실용적이고 현대적인 국가로 비치고자하는 이란의 이미지개선 노력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매카시 기자에 이어 미국인 인질 테리·앤더슨을 곧 석방할 것으로 알려진 「회교지하드」는 이란의 입김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형편이고 이란은 자신의 영향력으로 자국의 이미지 쇄신과 함께 미국측에 인질석방의 선물을 제공하려 했을 것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8일 이스라엘은 아랍인 포로와 이스라엘군을 포함한 서방인질의 일괄교환을 제의했다. 이 제의는 「회교지하드」가 매카시 기자를 통해 케야르 유엔사무총장에게 레바논 억류 서방인질 12명과 이스라엘 억류 아랍인들을 상호석방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직후 나온 것이다.
존·매카시 기자는 석방후 시리아 TV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교지하드」의 지도자들은 지금이 바로 서방인질 문제를 끝낼 시점이라고 믿고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질석방과 관련한 중동각국의 최근 움직임은 인질문제의 해결에 희망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매카시 기자의 석방발표직후 프랑스인이 인질로 잡혔다는 보도에다가 지난 7일에는 인질석방에 반대하는 지하단체가 베이루트주재 유엔사무소에 폭탄테러를 감행하는 등 아직도 중동인질 문제의 앞길을 장담하기에는 유동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레바논에 억류중인 12명의 서방인질의 운명은 이처럼 낙관적인 주변상황하에서도 쉽게 점칠수 없다.<최성욱기자>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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