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외교 지양… 대화무드로/한중·북일 관계개선 가속화/북,당분간 「가입선전」 가능성… 통일활용 과제8일 남북한 유엔가입권고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채택됨으로써 우리의 유엔가입을 위한 절차는 사실상 끝났다. 오는 9월17일 제46차 총회에서의 승인절차는 오히려 뒤늦게 유엔무대에 들어오는 남북한을 환영하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이 단순히 외교무대의 확장을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남북한 유엔시대의 개막은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기운을 불러일으키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내외의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유엔가입을 계기로 남북한은 서로의 「실체」를 국제적으로 공인받게 됐다. 「실체」란 엄밀하게는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한관계를 국가간의 관계라고 부르는 것이 아직 우리에게 어색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북한의 「하나의 조선」 논리가 깨진것은 명확한 현실로 향후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있어 긍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하나의 조선」이라는 틀속에서 남한측과의 공식적인 대화를 꺼려왔다. 남북고위급 회담이 진행중이라지만 북한은 「총리」라는 호칭사용을 피할 정도로 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때문에 남북한 당사자간에 깊이있는 논의를 하자는 우리측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따라서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는 분단의 고착화라는 지적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국제정치에서 그같은 지적은 감상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다만 남북한 유엔가입에도 불구,통일지향의 명분을 확보하는 일은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정부는 지난해부터 남북한 유엔가입이 통일까지의 잠정조치라는 점을 강조해왔으며 조만간 이를 다시한번 공식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유엔가입은 한반도 긴장완화의 국제분위기를 더욱 고양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남북한 스스로 대결외교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예상된다. 특히 우리측의 경우 국내여론과 국제적 위상 등을 의식,가급적 표 대결이나 한반도문제 결의안 제출 등을 삼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가입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것은 아니지만 유엔사 등 휴전체제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도 적극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일 통일관계 장관회의에서도 논의되었듯이 평화체제 전환문제가 앞으로 남북대화의 주요축이 될 전망이다.
유엔가입은 남북한간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우선 이번 남북한 유엔가입을 계기로 일북,한중간의 관계개선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특히 유엔가입과 핵안전협정 서명을 내세워 우리 우방에 대한 접근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남북대화의 실질적 진전이 없을 경우 우방과 북한과의 성급한 관계개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나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 또한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서방과의 관계개선은 동시에 한중간의 관계개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이 틀림없다. 중국은 걸프전이후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속에서 나름대로의 외교적 활로를 찾기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아태지역에 대한 중국의 관심은 최근들어 급격히 증대됐고 이는 바로 한중관계개선 움직임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유엔가입 유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한 유엔가입의 실현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어버린 셈이다.
유엔가입후 한중,일북관계가 급속히 진전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된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개선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유엔가입은 우리의 외교영역을 기존의 남북관계 중심에서 보다 다변화된 대외관계로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측은 특히 유엔에서의 국제문제 논의가 대부분 지역별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아시아지역에서의 외교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가입직후인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태각료회의(APEC)는 이같은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물론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했다고해서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당분간 유엔가입 등을 선전용 호재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유엔무대에서의 대결외교가 재연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또한 유엔가입에 따른 국제적 의무도 권리만큼이나 많은것이 사실이다.
유엔가입을 남북한 화해 및 통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는 것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한국유엔관계 일지
▲48·12·12=제3차 총회,한반도내 유일 합법정부승인
▲49·1·19=고창일 외무장관서리 가입신청
▲50·7·7=안보리,유엔군사령부 설치결의
▲51·12·22=장면총리,가입신청
▲53·8·28=제7차 총회,정전협정체결 승인결의
▲61·4·21=정일형 외무장관,가입신청
▲75·7·29=김동조 외무장관,가입신청
▲76년이후=정부,한국문제의 유엔토의 불상정 정책 유지
▲91·4·5=유엔가입문제에 대한 정부각서를 안보리문서로 배포, 연내 유엔가입의사 천명
▲91·5·28=북한,외교부성명 통해 유엔가입 의사표명. 정부, 환영논평 발표
▲91·7·8=북한 박길연 주유엔대사,유엔가입신청서 제출
▲91·8·5=노창희 주유엔대사,유엔가입신청서 제출
▲91·8·8=안보리,남북한 유엔가입 권고결의안 채택
▲91·9·17=제46차 총회 남북한 가입결정(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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