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셜군도 공화국과 마이크로네시아연방은 태평양상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들이다. 열대성 기후로 자연풍광은 뛰어나나 아직은 미개한 편이고 두나라 모두 원주민인 마이크로네시아인들이 주로 살고 있다. 3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미셜군도는 인구가 4만3천명. 40여개 섬으로 구성된 마이크로네시아는 6만여명의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은 1천3백달러정도. 수출 18만달러에 수입이 3백여만달러라니 경제사정은 짐작할만 하다. 부존자원도 별로 없으니 가난할 수 밖에 없다.경제적으로도 보잘것 없는 이들 두나라는 정치적으로는 더 미미한 존재들이다.
두나라는 똑같이 2차대전후부터 86년까지 미국의 신탁통치하에 있었다. 79년 자치정부를 수립했으나 국방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즉 82년 미국과 체결하여 86년부터 발효한 자유연합협정에 따라 앞으로 15년간 두나라의 국방은 미국이 맡게되어 있다. 86년 독립을 선포했지만 국방을 딴 나라에 맡겨야 할 정도로 허약하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라고 부르기가 쑥스러운 형편이다. 이들 두나라의 독립에 대해 소련은 반대해오다가 작년에야 독립을 승인했다. 이들 섬나라가 미국의 영향력하에 들어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작년 4월 마셜군도 및 마이크로네시아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인적물적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이처럼 보잘것 없는 두 섬나라를 갑자기 소개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 우리와 함께 유엔에 들어갈 동기생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세계 12대 교역국이자 사상최대규모의 올림픽대회 개최국인데 어쩌다가 이런 보잘것 없는 신생 소국과 유엔 동기생이 되는 것일까. 유엔회원국이 된다고 기뻐 날뛰다가도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든다.
미·소대립의 냉전체제 때문에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았느냐고 책임을 돌려버리기엔 우리들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진다.
남과 북이 서로 뜻을 맞출수 있었다면 그따위 냉전의 장벽쯤은 벌써 얼마든지 뛰어넘을수 있었을 것이다. 서로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정신없이 헐뜯고 싸우는데 세월을 허송하다 보니 나라같지 않은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해서 유엔에 가입절차를 밟고있는 것이다. 늦어도 한참늦게 지각한 것이다. 동서독이 동시가입한 시기가 73년이라는 것을 상기해보면 새삼 한심한 생각이 든다.
더욱 서글픈것은 남북이 같이 들어가면서도 동시가입자체에 합의를 보지못하고 따로따로 신청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5월 남한의 제의를 뿌리치고 가입방침 발표를 단독으로 따로했던 것이나 지난 7월8일 신청을 비밀리에 혼자 해버렸던 일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동시가입자체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지 오래이고 단일 안건으로 동시처리된다는 방침까지 결정된 마당에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는 생각이 이제와서 새삼 드는것은 지난 5일 남한만이 뒤늦게 혼자 신청서를 제출하는 장면이 다소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기때문이다.
이제 남북한의 유엔가입신청서가 케야르 사무총장의 손을 거쳐 안전보장이사회 심의에까지 부쳐진 단계에서 북한이 요즘 취하는 태도는 못마땅하다 못해 또다시 서글픔을 안겨준다. 총회의석에 남북이 나란히 앉도록 해보자는 남한측 제의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측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유엔가입으로 들뜨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 한구석을 어둡게하는 서글픈 이면의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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