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중재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유혈충돌을 계속해온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공화국이 6일 휴전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유고사태의 자체 해결을 향한 의미있는 첫 걸음을 대니뎠다.7일 상오6시를 기해 발효된 이번 휴전으로 유고는 전면적인 내란발발의 위기를 일단 모면하고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시간을 벌게됐다.
두 공화국이 연방간부회의 산하 휴전통제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적대행위를 중지키로 결정한 것은 적어도 현단계에선 유럽공동체(EC) 등 외세의 개입에 의한 사태해결이 각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고연방내 최대 공화국인 세르비아는 원래부터 EC 등 외세의 간섭에 반대해왔다. 이같은 배타적 자세는 최근 유고에 평화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활동을 펴온 EC의 비위를 거슬러 세르비아는 지금 EC로부터 경제제재조치를 포함한 보복을 당하게될 상황에 처해있다.
구체적으로 EC는 세르비아공의 비협조로 인해 중재노력이 실패로 끝난후인 지난 6일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세르비아에 대한 공동제재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롤랑·뒤마 프랑스 외무장관은 EC 12개 회원국중 9개국으로 구성된 서구연합(WEU) 국가를 주축으로 유고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자고 제의했다. 한스·디트리히·겐셔 독일 외무장관은 경제제재와 함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등 세르비아에 적대적인 공화국들의 독립을 인정하자고 촉구했다.
이밖에 유고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고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분쟁방지위원회를 소집하는 방안 등이 토의됐다.
세르비아의 휴전수락은 이런점에서 EC의 제재와 군사적개입,그리고 국제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녔다고 볼수 있다.
반면 EC의 개입 및 국제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줄곧 희망해온 크로아티아가 EC의 직접개입명분을 없애는 분쟁당사자끼리의 휴전에 합의한 것은 얼핏 생각할 때 이해하기 힘든 의외의 사태진전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도 EC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곧 국제평화유지군이 주둔해 양 공화국 사이에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면 크로아티아는 사실상 영토 일부를 잠정적으로 상실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평화유지군의 파견은 현재의 국지적인 분쟁이 전면적인 내전으로 비화될 순간 마지막 카드로나 활용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즈보니마르·스파로비치 크로아티아공 외무장관이 휴전발효직전 『평화유지군의 주둔은 공화국 영토 일부를 잃게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말한 점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휴전이 이처럼 두 공화국의 일시적인 필요에 의해 성사됐다는 사실은 곧 이번 휴전이 갖는 한계라고 볼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향후 EC의 움직임이다. EC 외무장관들은 이미 유고사태를 계기로 EC의 위상변화를 모색하기로 내부 공감대를 형성한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글러스·허드 영국 외무장관은 이와관련 『EC는 지금 역내의 「평화유지」라는 종전의 역할범위를 벗어나 지역분쟁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평화구축」의 임무를 수행토록 요구받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어떻든 냉전소멸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초의 심각한 지역분쟁인 유고사태의 해결방식은 향후 여타지역 분쟁 해결의 모델이 될것이란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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