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는 참 역세게도 운이 좋다. 올해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수서사태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그룹의 존망에 커다란 위기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은행이나 금융당국이 나서서 문제를 착착 해결해줬다.수서사태가 한창인 상태에서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렸을때 이 은행 저 은행에서 30억원,40억원씩 신용대출과 어음담보 대출을 해줬는가 하면 지난 6월엔 조흥 서울신탁 상업 산업 등 4개 은행이 신용대출을 포함해 1백67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보 회생의 결정적인 변수이던 수서조합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줬다. 한보는 상식적으로는 누구도 예상할수 없는 해결사로서 은행과 금융당국을 운좋게 만난 것이다.
이번에도 또 오는 13일이면 한보철강이 적색거래처로 지정될 결정적인 위기에서 서울신탁 산업 상업 등 3개 은행이 4백82억원의 대지급금을 일반대출로 전환해 주기로 합의했다. 일반대출을 일으켜 이대지급금을 갚지 않아서 적색거래처로 지정되면 사실상 은행거래가 중단돼 경영위기를 맞게 됨으로써 부도와 제3자 인수 등이 구체적인 문제로 떠오르게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은행들이 미리 알아서 일찌감치 불씨를 없애버렸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이미 나가있는 4백82억원의 대지급금을 일반대출로 명목만 바꾸는 것이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건 억지논리다. 갚아야 할 연체금 4백82억원을 한보가 갚지 않음으로써,또 은행들이 그 연체금을 일반대출로 전환해 지원함으로써 1억원,5억원이 아쉬운원 많은 중소기업들은 돈빌릴 기회를 아예 잃게 된다. 또 연 19%짜리 연체금을 12%짜리로 바꿔주는 명백한 특혜다.
엄청난 특혜시비에도 아랑곳 없이 이렇게 한보살리기는 묵묵히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한보의 운이 아니라 정부의 한보살리기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보는 참 무서운 기업이다. 무슨 비밀을 쥐고 있기에 정부가 여론을 노골적으로 거스르면서까지 무턱대고 한보를 지원하는 것일까.
우리 여론의 속성은 일시적이라는게 커다란 흠이다. 망각을 이용해 한보에 대한 검찰수사 금융특혜 세무조사 등이 모두 어물쩡 넘어가고 있다. 그와 더불어 기업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다소간의 긍정적인 상도 통째로 넘어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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