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 주유엔대사가 5일 유엔가입 신청서를 케야르 사무총장에게 제출함으로써 한국은 유엔의 정회원이 되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상옥 외무장관이 「감개무량하다」는 한마디로 눈물이 글썽이는 소감을 말하고 있듯이 40여년간의 외교숙원을 푸는 첫발을 밟는 이 순간 정부당국이나 국민들이 가벼운 흥분에 설레이는 것은 당연하다.유엔과의 인연으로 말하자면 한국만한 나라가 없고 자격으로 말하자면 세계 12대 교역국인데도 옵서버라는 청강생의 자위에서 유엔 주변을 맴돌아야 했던 서러움이 갑자기 북받쳐 오르기도 한다.
냉전체제의 쇠사슬에 묶여 어찌 할수없었던 한국외교의 가장 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의 감동이기도 하다.
우리의 김회가 더욱 깊어지는 것은 남한만의 단독가입이 아니라 북한과 함께 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무 소득도 없이 40여년간 지속되어온 남북간의 소모적 낭비적 냉전외교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공존의 새지평을 여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남북한은 정말 세계 도처에서 서로를 헐뜯는데만 혈안이 되어 골육상쟁의 외교전을 되풀이 해왔었다. 누가 보아도 어리석고 피곤한 싸움이었다.
이제 유엔동시가입을 계기로 남북한의 외교는 달라져야한다. 대결외교 대신 화해외교로,소모외교 대신 생산외교로,낭비외교 대신 실리외료로 방향을 완전히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교무대에서 남과 북간의 관계는 해빙과 화해와 대화의 국제적 흐름을 타야할 것이다. 동시 가입후에도 계속 서로를 비방하고 싸우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것이다. 유엔에서 특정 이슈를 처리할때 남북은흔 대사간의 조정협의를 거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것이다. 그렇지않고 사사건건 부딪힐 경우 「싸우려면 밖에서 싸우지 왜 들어 왔느냐」는 소리를 유엔회원국들로 부터 듣게될 것이다.
그리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남북한 사람들의 얘기도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을 받고 말것이다.
남북간의 외교경쟁 지양과 아울러 유엔동시가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또 하나의 큰 과제는 한국외교의 방향전환이다. 그동안 북방외교의 성공과 남북한의 유엔가입으로 사실상 우리 외교가 당면한 정치적 현안은 거의 해결을 본셈이다. 남은것이 하나 있다면 중국과의 국교수립이라고 하겠는데 이것도 시간문제이다.
동시가입이후의 우리 외교는 북한과 대결할때 썼던 역량을 다른데로 돌려야 한다.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해빙의 시대를 맞으면서 세계는 지금 경제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을 맞고 있다. 이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해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외교체제와 외교망을 경제외교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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