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선수 탈출과 여파(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선수 탈출과 여파(사설)

입력
1991.08.06 00:00
0 0

제17회 바르셀로나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북한대표선수단의 주장인 이창수 선수의 귀순은 두가지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첫째로는 그의 귀순이 휴전이후 38년,북한 스포츠의 국제무대 진출이후 28년만에 외국원정 경기에 나선 대표선수가 자유를 찾아 북한체제를 탈출한 최초의 사례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시기적으로 총리회담·유엔동기가입·직교역·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정치·외교·경제·체육의 각 분야서 남북간 제휴와 접촉이 구체적인 결실을 이루려는 단계인만큼 남북의 관계발전에 영향을 미치거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헝가리 국민들의 반공봉기를 계기로 1956년 제16회 멜버른 올림픽에 참가했던 헝가리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귀국을 거부한 아래 「동구의 봄」 이전까지 30여년간 외국원정중인 대표선수와 해외공연중인 예술인들의 망명사건이 소련을 비롯한 동구지역에서 끊이지를 않았다.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최근 수년사이에는 해외체류중인 북한 유학생이나 여행중인 북한 요인의 탈출 귀순이 잦았다. 그러나 소련을 비롯한 동구 각국의 경우와는 달리 휴전이후 38년에 이르도록 체육이나 예능인들의 북한체제 탈출은 한건도 기록되지 않았다.

북한 체육의 비공산지역 진출은 196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서 열린 가네포대회(신생국경기)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로부터 28년간 체육인들의 탈출이 없었던것은 북한당국이 각종 포상과 특혜로 체육인을 우대하는 한편 해외원정을 조심스럽게 선별하고 해외원정시에는 비밀요원 동행,상호감시체제의 강화로 문단속을 철저히한 결과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창수 선수의 귀순은 지난 28년간 통용되었던 북한당국의 문단속이 더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입증했다. 이같은 현상은 북한스포츠의 중대한 변화가 아닐수 없다.

북한당국이 아무리 문단속을 철저히하고 국제대회를 선별하여 출전했어도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만난 남북의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자유의 훈훈한 숨결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가 지속된다면 이창수 선수가 기자회견서 밝혔듯이 이창수 선수의 뒤를 따를 제2,제3의 귀순선수가 계속 나올는지도 모른다.

이창수 선수가 남북단일팀의 구성이나 남북스포츠 교류와 관계없이 국제대회 참가과정서 귀순을 결행하였지만 그의 귀순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이나 남북스포츠 교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것인가는 북한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한이 이창수 선수의 귀순을 빌미로 한국을 불신하게 된다면 단일팀 구성과 남북스포츠 교류를 위한 남북스포츠 협상이 난기류에 휩싸일 염려가 있으며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경제·문화예술 각 분야의 남북관계마저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될는지도 모른다. 북한측의 반응은 오는 17일 판문점서 재개될 남북스포츠 협상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련하여 북한측이 어떠한 태도를 취할것이냐에 따라 남북간의 제휴와 협조의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슬기롭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