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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피해 일에 책임추궁/3∼4일 동경서 첫 대규모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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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피해 일에 책임추궁/3∼4일 동경서 첫 대규모 국제포럼

입력
1991.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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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동남아등 전피해국 대표 참가/보상회피 파렴치성 국제사회 폭로/끝내 외면땐 “일 상품불매” 연대운동 펴기로【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전후보상 책임을 추궁하는 국제회의가 3,4일 이틀동안 동경에서 열려 보상책임을 회피해온 일본 정부와 전쟁수행 기업의 파렴치성이 국제사회에 폭로됐다.

유명한 인권변호사 다카기·겐이치씨(고목건일·47)가 중심이 되어 처음 마련한 이번 행사의 이름은 「아시아 태평양지역 전후보상 국제포럼」. 3일 하오1시부터 8시까지 열린 첫날회의에는 피해자들로 구성된 보상청구 운동단체의 대표들이 피해실상을 보고,전후 46년동안 보상을 외면해온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 회의에는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소련(사할린) 등 거의 모든 피해국 대표들이 참가했다.

한국측 참가단체는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한국원폭피해자협회,한국인 원폭피해자 삼릉징용공동지회,태면철도피연행자협회,중소이산가족회,사할린잔류한국·조선인 대일 보상요구 재판원고단,BC급 전범자 동지회(동진회) 등으로 이렇게 많은 피해자 단체가 일본에서 한자리에 모여 피해보상을 외친것은 처음이다.

지요다(천대전)구 공회당에서 열린 첫날회의에는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 회원 70여명과 각 단체회원 등 1백50여명이 소복차림으로 앞자리를 가득 메워 7백여 일본인 청중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 단체의 이사 양순임씨(48)가 강단에 올라 피해보고를 할때는 흰 치마저고리 차림의 회원 70여명이 모두 등단해 더욱 시선을 끌었다. 전국 각지에서 자신들의 비용으로 참석한 이들은 아직 생사확인도 되지않는 아버지 오빠들의 억울한 죽음을 보상하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양이사는 보고를 통해 『한일 양국이 아무리 우리 문제가 65년 한일협정으로 모두 끝났다고 문제를 덮어버리려 하지만 희생자 명단공개와 유해반환이 끝나지 않는한 한일협정의 피해자 관련부분은 원인무효라고 선언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 일본정부가 끝내 피해당사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외면한다면 우선 동남아 각국의 피해자 단체들과 연대해 세계각국에 호소,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펴겠다고 말했다.

미쓰비스(삼릉)중공업 히로시마(광도)공장에 징용당해 일하다 원폭피해를 입고 보상은 커녕 임금도 못받았다는 양기성씨의 호소도 많은 청중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양씨는 태평양 전쟁중 고향에서 공출과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히로시마에 징용당해온 경위롤 소상히 밝히고 『징용당시 회사측이 월급은 국가공무원과 같이 해주고 매달 반액은 본국으로 송금해준다면서 꼬박꼬박 공제하더니 한푼도 부쳐주지 않았다』고 폭로한뒤 『원폭투하시 폭풍에 날아가 허리에 타박상을 입어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홍콩의 색상협의 주석 오익흥씨는 태평양전쟁중 홍콩을 점령했던 일본군의 만행을 샅샅이 폭로했다.

오씨의 보고에 의하면 개전직후 홍콩을 점령한 일본군은 상점쇼윈도를 부수고 들어가 귀중품을 닥치는대로 약탈했으며 문을 걸어잠근 민가에 쳐들어가 가족이 보는 앞에서 젊은여자들을 강간했다는 것.

3일에 이어 4일 성릉회관서 열린 토론회에서 독일 녹색당 내정문제 담당 귄터·자트호프씨(37)는 독일이 2차대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해주었는지를 소상히 밝혔다. 자트호프씨는 『동독이 소련에,서독이 32개국에 보상금을 지급한 정부차원의 보상외에도 관련회사 등이 1953년 이래 유대인 집시 등 개인피해자들에게 8백64억달러를 지급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3일 회의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발견된 남경대학살 현장의 기록영화가 일본서 처음 상영돼 많은 청중들이 일본군의 만행을 직접 확인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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