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결정한 신설 지하철역 이름엔 아름다운 우리말뜻이 담긴 옛 지명과 역사유적의 명칭이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당초 서울시 안이었던 지하철 5호선 탄천역을 학여울역으로 한 것이나 신상계를 당고개로,한강시민공원을 밤섬으로,천호사거리를 풍납토성으로 바꾼것이 모두 그 범주에 속한다.
이밖에도 새 지하철역 이름에는 기존 지하철에 많이 사용된 법정동이나 학교명대신 매봉(언주) 애오개(애우개) 파고다공원(낙원) 아차산(어린이대공원) 먹골(묵동) 몽촌토성(올림픽공원) 등 근교산·사적지 이름이나 옛 지명이 많이 눈에 띄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시지명위원회가 시민들이 쉽게 알수있는 명칭을 제쳐두고 역사 유적이나 옛 지명의 부활에만 집착해 오히려 시민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 애오개나 먹골 당고개는 서울시 원안인 남아현 묵동 신상계로 부르는 것이 시민들에게 다소 편리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새 역이름은 우리가 아끼고 소중하게 불러야 할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을 지녔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시지명위원회는 새 역이름의 제정에 앞서 현재 서울시민들이 많이 부르는 지명은 그대로 사용하되 신상계처럼 기존 지명에 「신」자를 붙이거나 학교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을 피하고 가급적 잊혀져가는 우리의 옛 지명과 문화재명을 많이 사용한다는 원칙아래 지난 한달간 서울시 원안에 대한 꼼꼼한 검토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이에따라 당초 서울시안인 장안에서 장한평으로,묵동에서 먹골로,상계단지에서 마들로 결정되는 등 듣기에도 신선하고 정감가는 이름으로 바꿔지게 됐다.
사실 서울시의 지명은 그동안의 경제발전과 도시화를 반영하듯 강변 1∼3로 천호대로 등 숫자 나열식·과시형이나 심지어 한때는 신설동과 답십리를 연결한다해서 신답로로 명명하는 등 억지 춘향식으로 멋과 역사성을 외면한 작명법이 유행했다.
시지명위는 이러한 불합리한 지명을 그동안 꾸준히 개정해왔고 이번 새 역이름의 제정도 서울을 문화와 전통의 도시로 가꾸자는 그 연장선상의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두번만 부르면 쉽게 익힐 수 있는 옛 지명을 다소 생소하다해서 거부한다면 소중한 우리 문화와 전통의 뿌리는 영원히 잊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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