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본의 반핵/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본의 반핵/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8.04 00:00
0 0

독일의 인플레,한국의 공산주의,일본의 핵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흔히 세계의 3대 알레르기라고 한다. 2차대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은 제1차세계대전후 상상하기 조차도 힘든 인플레에 시달렸다. 사과 1개를 사려면 돈을 큰 가방에 가득채워 가야했다.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1923년 당시의 독일물가는 10년전과 비교해 무려 7천5백억배나 뛰어올랐다.그 당시 혹독한 인플레에 시달렸던 경험이 2차대전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는 바탕이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와 공산주의와의 관계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반공이 국시였으니까.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그 위성국인 동구조차도 공산주의와 결별하고 있는 요즘에도 우리는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때로 우리 위정자들은 우리국민의 공산주의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통치의 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핵 즉 원자력에 대한 반응은 호들갑스럽다고 할 정도로 민감하다. 원자탄세례를 받은 세계유일의 국가란 점에서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일본은 원자탄이 투하된 히로시마(광도·45년 8월6일)와 나가사키(장기·8월9일)에 평화공원을 만들어 놓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일본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려 발버둥치고 있다.

일본은 두 도시에 원자탄이 떨어진 8월이되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기억하자」는 각가지 행사를 갖는다. 그날의 비참한 현장모습을 오늘에 되살리고 지금도 피폭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이같은 모습을 보고,어린학생 등이 낭독하는 반핵호소문 등을 들으면 일본사람이 참 안됐고 정말 일본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란 착각을 하기쉽다.

그들의 행사에선 미국과의 전쟁이 왜 일어났고 왜 두 도시에 원자탄이 떨어졌는가란 설명이 거의 없다. 원인은 없고 원자탄이 떨어진 결과만 있다. 패전이란 말도 없다. 종전이란 말을 대신 사용한다. 그들의 행사는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일본에 어느날 미친 B29 두대가 날아와 원자탄을 떨어뜨리고 간것 같은 냄새가 물씬난다. 미국은 완전히 악한으로 변해있다. 역사의 왜곡속에 묘한 평화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부족해 그들은 외국 국가원수가 찾아오면 원자탄이 떨어진 두 도시중 하나를 방문케 한다.

마치 일본의 억울함을 호소하듯.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도 나가사키를 방문하느라 제주도에 예정시간 보다 늦게 도착한 것은 다아는 사실이다. 일본의 이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역설적으로 일본의 핵알레르기는 두 도시에 떨어진 원자탄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는 친핵 몸부림처럼 생각된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 50주년이 되는 「평화의 나라」 일본의 금년도 8월은 남다른듯 하다.

핵알레르기 행사에 자위대의 해외파병의 길을 여는 「국제평화유지협력에 관한법안」이 하나 곁들여 졌다. 묘하게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지고 8·15패전에 때맞춰 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심의될 이 법안은 자위대에게 부득이한 경우 헌법에 금지된 무력행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른 군사활동 확대와 반핵은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 같다. 이는 반세기동안 핵알레르기속에 감추어온 일본의 양면성 즉 두얼굴인지도 모른다. 일본이 의심스럽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