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휴가에 이틀을 길바닥에서 보내버리면 남는게 무언가. 아마 짜증과 바가지와 피곤뿐일 것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일단 떠나고 보자는 악착스러움이 마치 죽기아니면 살기의 전쟁을 방불케한다. 7월 하순부터 시작된 이번 여름휴가도 장마가 끝나면서 전국 곳곳에서 가열한 「휴가전쟁」 중후군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승용차가 급증하면서 심화된 현상이다.불과 며칠사이에 휴가인파가 폭발적으로 몰려 하루 1백만명씩이 좁은 국토와 도로에서 뒤엉키니 불을 보듯 뻔한 재앙의 자초이자 사서 하는 고생이다. 서울강릉간이 20시간 걸리고,서울 도심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에만 5시간이 먹혔다면 나머지 일이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고속도로나 국도가 모두 마비되고,유명피서지는 인파로 북적거려 피서는 커녕 되레 찜통더위만 겪기 십상이다.
턱없는 바가지와 시설부족에 그만 공중도덕은 실종되고,전국의 산과 바다는 온갖 쓰레기로 더럽혀져 몸살을 앓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휴가문화의 실상인 것이다.
바캉스란 글뜻 그대로 일상생활의 온갖 찌꺼기와 스트레스를 비워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비워내어 활력을 얻기보다는 스트레스만 더욱 채우고마는 우리의 전도된 휴가문화와 행태를 그대로 방치할때 초래될 역기능은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건전한 휴가문화의 재정립이 보다 시급해진 시점인 것이다. 바캉스 지옥을 없애고 건전한 휴가문화정착을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각자가 휴가란 남들이 가니 나도 무조건 따라간다는 무슨 유행이나 과시욕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편히 쉬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해야겠다는 점이다. 사람은 일만 하고는 살수없기에 쉬기도 해야 하지만 쉬겠다는 노릇이 곧잘 전쟁처럼 북새통을 이루는 폐단이란 모두가 생각부터 고치지 않고서는 벗어날길이 없을 것이다. 가장 인파가 몰릴때 휴가를 떠나 사서 고생하는 어리석음이나 편한 대중교통수단을 마다하고 자가용을 고집하는 만용도 휴가의 뜻을 제대로 알고 나서야 고쳐질 것이다.
둘째 휴가실시의 분산화이다. 당국은 물론이고 직장이나 사업장에서도 좁은 국토와 한정된 교통수단 및 턱없이 부족한 휴가공간에 비추어 지금처럼 한정된 날짜에 집단휴가를 실시하기보다 4계절로 나누어 분산실시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셋째 정부당국은 새로운 휴가공간개발과 도로 등 국토이용 효율화를 위한 장기대책과 함께 바캉스지옥을 미리 계몽·분산·예방·안내하는 성의 있는 단기대책을 아울러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당국은 절전을 이유로 집단휴가를 일부러 권장했는가하면 결과가 뻔한 집중휴가철의 고속도로 사정을 미리 안내·계몽하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었다.
국민 각자나 당국이 모두 책임을 느껴 부끄러운 「휴가전쟁」 증후군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