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관리에 주름살이 깊어가고 있다.당국은 올 연초이후 수출이 두자리수의 견고한 증가세를 보이자 『하반기들어 수입수요가 진정되면 국제수지 관리목표(30억달러 적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런데 하반기의 첫달인 지난 7월 수출입집계가 나오자 관계자들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불과 1.9% 늘어난데 그친반면 수입은 무려 33%나 급증,7월 한달간 무역수지(수출입산) 적자폭이 16억달러를 웃돌아 일거에 연말 목표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관계당국서는 『일부 무역상사들이 무역의 날 포상을 겨냥해 6월중 수출은 앞당기고 수입은 미룬 영향때문』이라며 『수출신용장 증가추세로 미루어 이달부터는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당국의 이같은 변명조 분석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국내외여건이 너무 바뀐 느낌이다.
지난 60,70년대만해도 외환사정이 악화되면 당국은 수입상들을 점검하고 해외여행자들의 씀씀이를 줄이는 정책수단을 마구 휘두를 수있었다.
86∼88년 「반짝」 흑자 경험이후 사정은 전혀 달라졌다. 지난해말 내수과열로 「껍데기」 성장이 지속돼 정부가 과소비자제를 국민들에 호소하자 엉뚱하게도 미국정부가 수입규제강화 운운하며 즉각 통상마찰 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올들어 대일적자가 상반기에만 6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당국은 무역보복이 두려워 수입선다변화제도를 확대할 처지가 못된다고 냉가슴이다.
또 국내유통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값비싼 내구소비재를 직접 들여와 팔수있게 되면서 조만간 수입품 홍수를 이룰 판이다.
현재로선 국내수지 적자규모가 경제운용에 중대한 장애가 되는 사태가 오기전에 당국이 앞장서 국제수지 방어정책을 시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형편속에 7,8월 두달간 국내를 빠져나갔거나 계획중인 해외여행자 숫자가 사상최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 돈 가지고 국내서 쓰던 해외에 뿌리든 무슨 상관인가』라면 물론 할말 없지만 이제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절제밖에는 국제수지방어에 묘안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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