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독일의 수도로 확정된 베를린은 녹지와 호수가 전체면적의 40%나 된다. 물과 숲속에 꾸며진 수도라고 할만하다. 또 웬만한 큰 길은 대개 널따란 녹지를 분리대로 하고 있다. 녹지분리대에 키큰 가로수가 두줄로 늘어서 있으니까,얼마나 넓은 분리대인지 짐작할만하다. 과연 큰 나라의 수도다운 도시다. ◆서울의 여의도는 한국최초로 도시계획에 따라 만든 구역이었다. 주택구역과 업무지구 사이 큰길에는 녹지분리대로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녹지분리대가 철거됐다. 지역주민의 의견도 묻지않았고,여론과 의논도 하지않은채 시의 행정관료들이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 5월 언주로의 중앙녹지대 다섯군데를 없애고 아스팔트를 깔았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녹지를 시민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시민의 돈으로 없애고 있다. 녹지대보다 더 억울한 것은 문화유적을 허물어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3·1운동때 민족지도자들이 모였던 명월관자리 기독교 태화관은 웅장한 전통양식의 석조 기와집이었다. 아마 다시는 그런 건물을 짓지못할 것이다. ◆조선호텔 한쪽 구석에는 제법 규모가 큰 탑모양의 3층 기와집이 서있다. 94년전 고종임금이 황제등극을 선포하고 하늘에 제사를 드린 「원구단」이다. 원래 이곳은 남별궁으로 불리던 궁이 있던 자리다. 그러나 조선호텔은 민영화돼 민간업자의 사유재산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민족의 공유재산인 원구단도 호텔업자의 뒷마당 장식물이 된 꼴이다. 다행히 원구단 앞 옛 금문도자리가 빈채로 있어 오고가는 시민들이 원구단을 볼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가 이 지구의 재개발을 서두를 작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원구단은 시민앞에서 사라지게 된다. 재개발 백지화를 논의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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