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신속군 역할분담·예산삭감도 원인/아태지역은 현재론 불변… 향후추이 주목【워싱턴 정일화특파원】 미국방부는 지난 1월부터 7월30일까지 7번에 걸친 해외기지 폐쇄조치를 발표했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이 왜 해외 기지를 축소하느냐가 아니고 어떻게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느냐 하는 것이다.
피트·월리엄스 미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기지 폐쇄조치를 발표하면서 폐쇄되는 71개 기지중에는 불과 몇사람의 요원만이 지키고 있는 통신기지 같은 것도 있다고 밝히면서 71개소를 모두 대형 권사기지로 생각해서는 안될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미국은 2차대전이후 지금까지 독일,영국,스페인,터키,이탈리아,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 1천6백여개의 크고 작은 군사기지를 운영해 왔는데 국방비가 점점 축소돼 가자 『이렇게 많은 해외기지를 과연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해 결국 90년 1월부터 국방부 자체계획으로 축소작업을 펴왔던 것이다.
해외기지 축소의 주요원인은 피트·윌리엄스 미국방부 대변인의 말대로 첫째는 전략 구도의 변화에 있다.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치이후 동서독 장벽이 무너졌고 동구 공산국들이 사실상 소련군사 지배로부터 벗어났으며 소련 자체도 모든 핵무기 를 일방적으로 50%로 반감하겠다고 밝히는 등 탈냉전 시대를 구가해 왔다.
바르샤바군이 이미 해체된 마당에 2차대전이후 냉전시대의 승패에 의해 배치돼 있는 미군 유럽 주둔기지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불합리해 보일수밖에 없었다.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은 30만명.
미국방부는 90년 1월부터 기지페쇄 조치에 나서 이미 10만명선을 감축했으며 95년말까지는 모든 기지의 3분의 1을 폐쇄하고 병력수준도 15만명선으로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략 전술의 변화도 유럽주둔지기의 필요성을 그만큼 약화시켰다.
미국은 70년대 중반 이후 긴급배치군(rapid deployment unit) 개념을 창출해 전투준비가 완비된 일정한 부대를 모기지에 두고 있으면서 언제든지 신속한 수단으로 분쟁지역에 이를 투입한다는 작전개념을 펴왔었다.
이 개념에 따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산하에도 미군,캐나다군,독일군,이탈리아군,벨기에군,영국군,네덜란드군으로 혼합 편성된 5천명의 긴급대응연단(rapid reaction brigade)을 설치해 놓고 그동안 상당한 작전성과를 올려왔었다. 지난 4월 NATO이사회는 이 긴급대응군의 규모를 7만∼10만명 규모로 증강해 군단 규모로 높일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해외기지 폐쇄의 다른 한 주요 원인은 명백히 미 국방예산의 삭감에 있다.
국방부는 92년 국방비의 경우도 전년비 약 20억달러가 줄어든 2천9백43억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91년도 국방비는 2천9백64억달러).
이런 국방비 감축현상의 결과로 이 미국내서는 91년도 현재 전국 43개소의 군사기지가 폐쇄됐거나 폐쇄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육·해·공군 영관급 실무자가 포함된 군사기지 평가전문 기구인 기지폐쇄 및 재조정위원회(Base Closing and Realignment Commission)가 전국의 육·해·공·해병대 기지를 돌며 폐쇄지역을 결정해 놓고 있는데 폐쇄 해당지역의 주민,상하의회 의원들은 기지 폐쇄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미의회는 기지폐쇄 및 재조정위원회로 하여금 해외 주둔기지 폐쇄여부까지 조사할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중 30일 국방부가 79개소 해외기지 폐쇄·축소 조치를 발표하게 된것이다.
아직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에 대해서는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못쓰게된 클라크기지의 92년 9월이전 폐쇄이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러나 미국의 전체적인 흐름은 해외기지를 폐쇄 내지 축소하는 것이어서 멀지않아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지문제도 이런 방향으로 신중히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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