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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허점/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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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허점/김승일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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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양직원 집단살해·암매장범 6명을 지난 20일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시작된 검찰의 오대양의혹 밝히기 수사는 열흘만인 30일 (주)세모 유병언 사장의 소환으로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무수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번 사건은 엽기적 집단변사,살해범들의 돌연자수,2백억원 이상이라는 사채의 행방 등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많아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검찰은 대규모 사채사기극의 실체를 파헤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수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떨칠수 없는 생각은 왜 이토록 오랜 시일이 걸리게 됐느냐 하는 것이다. 87년,89년 사채모집책 강석을씨와 송재화씨가 각각 검찰·경찰에 구속될 당시 적극적인 수사를 했더라면,그리고 유씨의 혐의를 포착한 치안본부의 86년 수사결과를 상부에서 묵살하지 않았더라면 유씨 등의 상습사기 행각은 보다 빨리 중지됐을 것이라고 32명의 끔찍한 떼죽음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수사기관은 하수인만 구속되게 하고 핵심은 살아남는 유씨의 「도마뱀식 법망피하기」가 워낙 교묘한데다 범의를 입증할 방증을 찾을수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변명은 산더미같은 8년전의 폐기수표자루를 며칠동안 뒤져 세모 개발실로 들어간 수표를 찾아낸 이번 수사와 비교하면 실체적 진실규명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는 말만 듣게될 뿐이다.

우리는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숨졌다는 박종철군의 죽음이 경찰관의 물고문 때문이었고 「성까지 혁명의 도구화하는 운동권의 공세」라던 권인숙양 사건의 본질이 파렴치한 성고문이었음을 알기까지 수사기관의 왜곡·미온수사가 얼마나 장애가 돼왔던가를 잘 기억하고 있다.

유씨 등은 상습사기혐의로 신병이 처리되겠지만 오대양사건의 실체를 완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왜곡·미온수사를 철저히 불식해야 한다. 겨우 가닥을 잡은 오대양 의혹수사가 유씨 구속선에서 마무리된다면 공화국이 바뀌었는데도 검찰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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