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시타 전 총리등 거물 다수연루”설에/「제2 리크루트」 조짐… 가이후에도 치명적【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정계와 경제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4대 증권사 불법보전 사건이 드디어 리크루트사건에 맞먹는 정치 스캔들로 변해가고 있다.
4개 증권사로부터 증권투자 손해를 보전받은 큰손 투자가들의 「명단을 밝히라」느니 「안된다」느니 하는 입씨름으로 한여름 정국은 뜨거웠다. 그런데 29일 니혼게이자이(일본 경제)신문이 문제의 명단을 보도,정치인들의 검은손이 증권가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이 드러났다. 신문에 명단이 보도되자 노무라(야촌) 닛코(일흥) 야마이치(산일) 다이와(대화) 증권 등 관련 4개 회사는 이날 하오 보전기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히타치(일립) 제작소 마쓰시다(송하) 전기 도요타(풍전) 자동차 등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체들은 물론,연금복지사업단 경찰공제조합 지방공무원 공제조합 등 공공기관,일부 지방은행 및 신용조합연합회 등 금융기관,일부 언론기관들이 포함돼 선량한 투자가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 명단 속에는 물론 정치인들이나 고급 관료들의 이름은 들어있지 않다. 그러나 본인 명의로 증권투자를 하지 않는것은 상식중의 상식.
본인과 관련있는 기업이나 정치단체,또는 비서 및 가족 등의 관련기업을 통해 증권투자를 하다가 주가폭락으로 큰 손해를 입자 영향력을 행사해 보전을 받아낸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다.
야당 의원들이 관련상임위에서 끈길기게 명단발표를 요구한 속셈도 바로 이런 배경이었다. 이에대해 여당측이 발표를 반대해온 것도 「도둑이 제발 저린」 속사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들은것만도 정치인이 28명이다. 다른 기업 등을 통해 4대 증권사이외의 회사로부터 보전을 받아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수 없다』
나가다초(영전정·일본정계 총칭)의 정보에 밝은 한 정계 소식통은 증권 스캔들 관련 정치인들의 숫자를 이렇게 밝히면서 『그들은 명단공개가 두려워 밤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정부 관계자로부터 취재를 당한일이 있는데 현직 각료의 부인도 명단에 들어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 정치평론가는 미국이 벌써 명단을 입수해 다각적으로 사실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일본의 언론매체들이 정계 소식통들과 민자당 의원 등을 상대로 취재보도한 것을 보면 민자당 수뇌들중에는 관련자가 없지만 파벌의 영수급이 3명,국회의원이 4명,전직 장관 1명이 관련된 것으로 돼 있다. 파벌 영수급 3명중에는 다케시타(죽하등) 전 총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다케시타씨는 며칠전 노무라 증권의 다부치(전연절야) 회장과 밀회한직후 다부치 회장이 갑자기 사임했다는 소문이 퍼져 더욱 곤경에 처했다. 대장성 검겸찰 자민당 간사장 미 IA 등은 며칠전 이 명단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부치(소연혜삼) 간사장이 이를 다케시타씨에게 보여 주었다는 소문이 나돌자 파벌 사무실에는 『내이름은 없더냐』 『명단공개를 막아달라』는 등 조회와 진정이 쇄도했다고 한다.
당내의 증권스캔들 조사위원회 실무자인 한 야당의원도 관련정치인이 두자리수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건은 적어도 리크루트 사건보다 커질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정치자금 조달에 재태크를 활용해온 정치인들은 증권투자 사실이 새나가기 쉬운 큰 증권회사 보다는 2,3류 회사를 통해 재미를 보아왔다.
이들 회사로부터 손실보전을 받은 사실까지 터져나오면 사건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되리라는 것이다. 리크루트나 록히드 사건은 특정회사의 로비가 문제가 된것이지만 10개사 가까운 대소증권회사들이 손실보전 사실을 인정하고 나섰기 때문에 관련자는 더욱 늘어나게 마련이다.
정치인들과 일부 공공기관 금융기관 언론기관이 관련된것은 고사하고,조직폭력단까지 깊숙이 관련된 사실은 기업윤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게다가 외국인들의 고발이 접수돼 국제적인 분쟁이 불붙었다.
이번 사건은 오는 10월말로 예정돼 있는 민자당 총재선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정치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1년 연임을 시도하는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에게는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선거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야자와(중택희일랑) 와타나베(도변미지웅) 등 대권주자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1백20% 이용할수 있는 「천우신조」의 호재일 것이다. 다케시타씨가 관련됐다는 소문의 사실여부와 함께 수습과정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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