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경선부상에 “올것이 왔다” 분위기/신민 구조적 취약성 심화… 분열위기로/폭발성기류 대회전길 재촉휴가철에 맞춰 한가롭게 굴러가야할 하한정국이 예사롭지 않다. 여권은 탐색기에 머물던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분출조짐을 보이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정발연 파문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가 향후 정국의 전체구도와 관련된 내각제 개헌과 대선거구문제 등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수사들이 현란하다.
지난 6월의 광역의회 선거이후부터 예고되어온 여러 조짐들이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고 있고 그 시기가 자꾸만 앞당겨져 가는 느낌이다.
우선 이번달에 있었던 일련의 정구흐름을 짚어보면 이러한 분위기가 어렵지 않게 감지된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신민총재의 16일 영수회담은 정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내각제 개헌문제를 부정의 화법을 통해 공론화 시켰고 노대통령은 곧바로 박태준 최고위원을 불러 범민정계 단결을 당부했다. 이어 박최고위원은 민정계 중진들과 잇단 골프회동을 갖고 단결을 과시했고 민주계는 이에대해 의혹어린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여권에서는 내각제 개헌과 밀접한 함수관계를 지녔다고 볼수 있는 대선거구제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었고 야권 일부가 이에 동조하기도 했다.
내각제 개헌문제는 김신민총재의 강력한 불가다짐에 의해 다소 잠잠해지는듯 했으나 26일에 최영철 대통령정치특보의 제주발언을 계기로 또다시 되살아나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최특보의 완전자유 경선발언도 민주계의 대응여하에 따라 여권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갈등이 앞당겨질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최특보 발언파문의 와중에서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와 김종필 최고위원은 제주에서 단독요담을 가졌다.
야권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야권통합과 당체질 개선을 내걸고 출범했던 서명파 의원들의 모임인 정발연은 주류측이 처놓은 「한계선」을 벗어나 징계파동을 맞았다. 신민당 내분의 표면상 이유는 공천헌금설을 둘러싼 감정대립이지만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면 소용돌이칠 가을 정국과 무관치가 않다. 또 신민당 내분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정발연의 독자행동선언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으며 이 경우 민주당 세력과 구야권 원로 등이 세를 규합해 신당을 만들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가을정국을 염두에둔 물밑 행동은 제도권에만 있는게 아니다. 5공청산 과정의 한을 품고 있는 5공 세력과 6공 소위세력들 역시 신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여권 핵심부가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5·6공 동근론을 펴는 등 적극적인 화해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한정국의 이상기류는 어디서부터 태동하고 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기압골을 형성해 갈지가 주목된다. 변화무쌍하고 돌발사건에 취약한 우리의 정치구조를 감안할때 정확한 진단을 한다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태동원인이 야당의 참패로 나타난 광역의회선거 결과라는데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여권은 기초의회에 이어 광역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 특히 광역의회 선거는 3당 합당후 첫 정당대결인데다가 신민당이 서울에서 마저 완패하는 이변을 가져왔다.
여권은 광역의회 선거결과가 지니는 의미를 크게 두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우선 여권전체의 정국주도력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고 또 하나는 노대통령의 여권내 상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즉,야당의 패배는 현재의 정국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여권과 노대통령의 입지를 넓혀주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내각제 개헌추진 의사가 되살아날수 있었고 후계구도에서 지니는 김영삼대표의 절대적 비중이 상대적 수준으로 낮춰졌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김신민총재 역시 극적인 현상타파가 없는 한 「홀로서기」의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고 따라서 변화를 모색할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여졌다. 광역의회 선거직후 공명선거의 명분아래 중대선거구제가 공식제기 되었고 이에 곧이어 내각제 문제가 재론의 형태를 띠었으며 박최고위원이 잇달아 민정계 결속모임을 가졌다는 사실 등은 시사하는바가 크다는 것이다.
최특보가 김대표의 제주에로의 휴가출발 하루전에 제주에서 내각제 개헌가능성과 여권후보 완전 자유경선을 주장하자 정가의 반응은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식의 것이었다. 최특보의 이 발언은 당사자의 적극 해명과 이에대한 김대표와 민주계의 수용으로 급한 불길은 잡았지만 언제 또 다시 여권에 불씨를 던질지를 모를일이다.
민주계는 최특보의 발언이 지니고 있는 의미심장함을 충분히 헤아리면서 가을 대회전을 앞당길지 여부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이 예고된 대회전을 앞두고 시기선택만을 남기고 있는데 반해 야권은 속전속결로 내부문제를 빨리 정비한뒤 가을 정국에서의 정국추이에 홀가분하게 대응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하한정국은 가을을 염두에 두며 전개되겠지만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지 곧바로 가을정국 못지않는 열기를 뿜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할수밖에 없다.<이병규기자>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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