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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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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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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는 골프의 총본산인 영국골프계를 이끄는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클럽(Royal and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을 줄여 말하는 것이다. 영국은 골프계에 전국적인 조직이 없어 역사가 깊은 「R&A」가 골프협회 역할을 대신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USGA(전 미국골프협회)와 손을 잡고 골프룰을 개정하는 등 세계골프계의 2대 지주로 군림하고 있다.세인트 앤드루스 골프클럽을 「Royal and Ancient」라고 명명한 것은 윌리엄4세로 1834년의 일이다. 이 이름속에는 「골프는 예부터 왕이 즐기는 게임」이란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골프가 초창기엔 주로 왕 등 일부 특권층의 운동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그때도 서민들은 바라만봐야 했던것 같다.

15세기초 스코틀랜드 해변가 초원까지 발생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골프는 발생과 거의 동시에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꾸지 않은 현재의 러프같은 자연 그대로의 바닷가 풀밭이었지만 초원을 거닐며 공을 쳐나가는 맛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것이 없었다. 1457년 스코틀랜드 국왕은 상류층 남자들이 골프에 홀려 전쟁에 필요한 궁술 등을 익히지 않는다고 골프를 금지시키기도 했다는 에피소드가 오늘에 전하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골프의 매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요즘 골프붐을 옛 영국의 왕들이 본다면 『우리들이 즐기던 골프가 어째서 이렇게 무질서헤졌느냐』고 놀랄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대중 스포츠로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자그마치 3백9만5천4백41명에 달한다. 골프장도 59개가 영업중이며 1백19개가 건설중이라고 한다. 경기도에만 53개가 건설중이거나 착공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는 「골프도」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판이다.

우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쉽게 닮아가는 일본도 골프장천국이다. 1천8백개의 골프장이 영업중이고 3백73개가 건설중이며 1천67개가 계획단계에 들어서 있다. 특히 동경옆의 지바(천엽)현은 1백9개의 기존골프장에 1백11개가 건설중이거나 계획돼 있어 현면적의 4.31%가 골프장이다.

「골프현」이라 할만 하다.

일본의 이같은 골프장 건설은 쉽게 멈출것 같지않은데,골프장 건설이 벌채와 농약사용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아무리 골프장을 건설해도 회원권이나 입장료가 서민의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비판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따라 골프장 건설을 동결한 현 등도 11개나 된다.

일본에 「억칸」이란 말이 있다. 시가 1억엔이 넘는 골프장 회원권을 가리키는 말로 서민들의 뒤틀린 마음의 표적이기도 하다. 「칸」은 칸트리클럽의 머리를 딴 것이다.

일본의 상황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억칸」도 그렇고 환경파괴,위화감 조성도 그렇다. 이번 장마속의 용인 산사태는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골프장 건설은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더욱 늘어날 전망으로 무절제한 골프장 건설은 많은 문제점을 낳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골프장건설이 나쁜것은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어느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다.

골프는 자연을 즐기고 남에 대한 배려가 생명인 스포츠다.

골프장 경영자들은 골프가 자연그대로의 풀밭에서 발생한 정신을 떠올려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골퍼들도 같이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게만 배려를 할 것이 아니라 주위에 대한 배려도 잊어서는 안된다. 골프는 자연·사람에 대한 배려속에 그 진미가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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