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정치입지 강화 재확인/보·혁분당등 또 다른 변화 임박26일 폐막된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총회는 미하일·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제안한 새로운 강령안을 승인함으로써 당이념 노선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극복하고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성취했다.
또한 이번 중앙위총회는 새로운 강령안이 갖는 혁명성과 강경보수 세력이 반발하리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를 압도적인 다수표로 통과시킴으로써 고르바초프의 강화된 입지를 또 다시 확인시키는 정치역학적 의미도 갖는다.
이번의 신강령안은 지난해 28차 당대회에서 페기된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원칙,즉 1당 독재원칙의 이론적 기반이 되어왔던 계급정당 개념을 배격함과 아울러 조직원리인 민주 집중제를 뒷받침해왔던 전위당 개념도 함께 배척했다.
계급정당 개념의 포기를 통해 마르크스를,민주집중제란 조직원리를 지양함으로써 레닌을 각각 배격한것이다.
특히 신강령안은 ML주의마저도 포용하는 보다 포괄적인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고르바초프가 중앙위 전체회의 보고를 통해 밝힌것처럼 「시장과 양립하는」 「도그마와 신화로부터 결별하는」 「법을 근거로 하며 의회제 민주주의 범위내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가 새로운 강령이 지향하는 사회주의인 것이다. 따라서 경제면에서 신강령안은 혼합경제를 주장하고 전사회적인 국유화를 배격했으며 전면적인 사유화 역시 거부하고 있다.
이번에 채택된 신강령안은 그 자체만으로는 급진적이고 혁명적인게 분명하다. 그러나 85년 고르바초프 집권이후 변화된 당외부의 환경을 「현실」로서 받아들인 수동적 측면도 갖고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 고르바초프의 일련의 개혁을 통해 소련의 정치권력은 당으로부터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기관으로 이행중이며,의회주의 원칙은 여러 차례의 선거를 통해 사실상 정착됐다.
따라서 이번의 신강령안한 채택은 「변화된 현실」과 당의 지도이념의 모슨을 해소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당의 지도이념의 변경이 갖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고르바초프는 이의 채택과정에서 몇가지 양보를 한것으로 분석된다.
그 하나는 당명변경의 철회이다. 고르바초프는 전체회의 보고를 통해 사회당 혹은 사회민주당으로의 당명변경은 전당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자고 일단 당명 변경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한가지는 각급 정부기관 및 공장 등에 설치된 당세포를 해체하겠다는 옐친의 방침을 비난한 사실이다.
내용이 이름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당명변경은 시간문제이고,당 세포를 해체하는 것은 신강령의 일반적인 원칙에 비춰볼때 오히려 앞뒤가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고르바초프가 이를 반대한 것은 아직은 무시할수 없는 보수파를 다독거리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보수파의 목소리가 예상 밖으로 낮았던 것은 이러한 고르바초프의 「배려」외에도 당헌상 중앙위 총회에서 고르바초프의 서기장직 해임을 요구할수 없다는 점과 미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소련 지도부의 단결을 과시할 필요를 보수파들도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당강령안 자체가 갖는 혁명적 성격과 이의 통과과정에서 고르바초프와 보수파간에 타협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고르바초프의 서기장직 사임과 보혁세력 사이의 분당이라는 또 다른 변화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29차 전당대회로 잠시 유예됐을 뿐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