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에 의해 냉전의 부산물로서 1945년 분단된 이래 남북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남북간의 상호불신과 적대감 그리고 상반된 이념과 체제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장애물로 남아있다.지난 71년 남북대화를 시작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쌍방은 분단극복 이라는 민족적 대과업을 성취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동구와 소련 체제의 몰락,동서냉전의 종식,한소 수교와 3차례의 남북총리회담,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발표,새롭게 발전되고 있는 북한일본간의 관계 등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한반도에서도 신데탕트의 분위기를 가져오게 하고 있다. 남북한이 올해 9월 개최되는 유엔총회에서 각기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게된 것은 남북한 간의 정치적 통합을 위한 공고한 디딤돌이 될것이며,북한당국이 국제원자력 기구에 의한 핵사찰을 수용키로한 결정도 개방을 거쳐 민족통일로 가는 길을 다져주는 고무적인 일이라 볼수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의 변화를 이용하면서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 시키고 한반도를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는 남북간에 아직도 해결하여야할 몇가지 난제들이 남아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선 쌍방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서로 타협하고 양보함으로써만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주장은 쌍방이 불가침선언에 조인,남북한간의 군사적 대결을 자연히 해소하고 주한민군이 핵무기와 함께 철수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공고히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논리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는 상호교류를 통한 상호 신뢰증진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러한 상호신뢰의 바탕위에서만이 남북이 불가침선언에 조인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수 있는 대안으로 「남북한 평화 대헌장(Peace Charter)」을 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것이다. 이 평화대헌장에는 서울과 평양 모두가 동의하는 사항들을 먼저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즉 남북한이7·4공동성명의 정신에 입각하여 3차례에 걸친 남북총리 회담에서 남북한 쌍방이 동의한 7개항을 토대로 남북평화대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남북이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문제들부터 차근 차근 쌍방간의 상충되는 문제들을 풀어나감으로써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자는 것이다. 이 「대헌장」이야말로 지난 53년이후 지속되어온 휴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대체할수 있는 타협안이며 남북한 모두가 동의할수 있는 대안이 될수 있을 것이다.
남북평화대헌장에는 다음의 7개항을 포함시켜야 할것이다.
첫째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존중하고 상호 내정에 간섭치 않으며 서로간에 야기되는 의견상의 차이와 분쟁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상호비방,중상 등을 중시한다.
둘째 쌍방은 상대방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보다 공고한 평화를 위해 군비경쟁을 중지하고 군사적 신뢰조성과 단계적 군축을 실현한다.
셋째 불가침의 경계선은 1953년 7월27일에 조인한 군사정전협정에 의거하며 군사 분계선 비무장지대를 전환시킨다.
넷째 남북한은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것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쌍방의 군사당국자 사이에 직통 전화를 설치,운영한다.
다섯째 쌍방은 경제합작과 물자교류를 실현하며 과학,기술,교육,문화,보건,체육,출판,보도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교류와 협력을 증대해 나간다.
여섯째 쌍방은 국제무대에서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상호협력을 증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쌍방은 남북교류위원회를 두어 상호 교류와 화해,협력을 실현하며 이 헌장이 효력을 발생함과 동시에 정치 군사분과위원회를 두어 남북 평화 대헌장을 포함한 군사 신뢰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실천한다.
다음달말께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에서 위의 7개항에 걸친 남북평화대헌장에 합의한다면 노태우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은 앞으로 있을 정상회담에서 초안에 조인할수 있을 것이다. 이 대헌장이야말로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결조건들을 만들어 내는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민족의 대과업인 민족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첫단계로서 남북평화 대헌장 제정에 남북한 두 정상들의 정치적 용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노대통령과 김주석은 남북평화대헌장에 조인함으로써 민족통일의 난제들을 양보와 타협을 통하여 하나씩 풀어나겠다는 정치적 용단을 보여주어야 할것이다.<정치학박사·미 이스턴켄터키대학 교수>정치학박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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