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미 「적극적 접근」 활로노려/화해 조류동참 고립 탈출 몸짓 김일성 북한주석이 일본 국회의원들과 만나 『우리도 지구상의 한나라』임을 강조하면서 대외정책면에서 현실노선을 취할 의사를 밝힌 것은 국내외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이 발언은 최근 2,3개월사이 북한이 잇달아 발표한 전향적인 대외정책 노선을 확인해 주었다. 유엔정책에서 「단일의석 동시가입」 고집을 꺾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협정 문안에 합의했으며,중단됐던 남북총리회담재개 의사를 밝힌 것 등은 「지구상의 한나라」로서 다른나라들과 함께 발맞추어 나가겠다는 정책전환의 표시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보도한 일본 언론들은 이 발언을 북한이 소련과 동유럽의 변혁을 인정,국제적 고립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가 엣 동맹국 우호국들의 변혁을 인정한다고 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상의 한나라로서 지구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나가겠다』는 그의 말은 냉전종식,동서화해 등 세계적인 조류에 거슬러가지 않겠다는 의사표명임에 틀림없다.
김일성주석의 24일 함흥발언은 대미국·일본문제에도 전례없이 유연했다.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불가침선언 채택」을 전제로했지만 한국측의 통상·통신·교통촉진제안을 수용할 의사를 비쳤다.
지난 21일 직항전세기편으로 북한을 방문한 일조 우호촉진의원 연맹방북단(단장 석정일·자민) 단원 3백30명을 함흥대극장으로 초청해 행사를 가진뒤 김주석은 이시이(석정일) 의원 등 국회의원 23명과 따로 만나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이시이 의원이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결정 등 최근의 북한대외정책을 높이 평가하자 김주석은 「지구상의 한나라」란 표현을 써가면서 주로 대일본·미국·한국관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대일본 문제에서 그는 『(조일국교가) 양국인민의 소원인한 즉시 국교수립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양국은 일의대수의 이웃나라이므로 친선적인 기분이 있으면 곧 될것이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도 지난 6월 교도(공동)통신 사카이(주정신이) 사장과의 회견때에 비해 많이 발전한 것이다. 그는 『미국내에도 조미관계를 곧 맺어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로 미국내에 대북한 접근론이 있음을 강조했다.
대한국관계에 대해서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도 한국의 총리가 새로 바뀌었으므로 이번 총리회담에서 새로운 제안이 있기를 기대한다는 등 종래보다 부드러운 말로 일관했다.
김일성주석의 이같은 발언들은 지난해 9월 일본에 국교정상화를 제안한 이후 조금씩 달라져온 북한의 태도,특히 최근 2,3개월 사이에 보여준 전향적인 변화를 증명해 보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토록 부드러운 변설은 일본과의 국교 조기수립 및 대미관계 향상을 노린 것이라는 것이 일본언론과 외교관측통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특히 「이은혜 문제」로 중단상태에 빠졌던 대일국교정상화 교섭에 활로를 트자는 속셈이 두드러져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접견한 일조 우호촉진의원연맹의 북한 방문을 사상최대 규모로 조직케한것 자체도 서먹서먹해진 분위기를 일전시키려는 배려로 보인다.
대미관계 개선도 대일못지않게 중요한 표적이다. 핵사찰수용 없이는 절대로 국교정상화에 응하지 말라는 미국의 강력한 입김을 의식한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의 결정적인 카드로 써먹으려던 핵사찰협정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러지않고는 일본도 미국도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일본이 「신3조건」으로 내걸었던 핵사찰수용·남북대화 재개·남북한 유엔동시가입 동의를 모두 받아들인 셈이다.
미군의 유해를 돌려주고,인수단대표인 스미스 상원의원을 개성에 불러들이는 등 적극적인 선심공세를 취하고 있는 북한이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김일성 발언록
▲일반 국제정세
『우리나라도 지구상에 있는 나라다. 따라서 지구의 움직임에 맞추어 나가겠다. 다만 한가지,사회주의만은 지켜가지 않으면 안된다』
▲대한국관계
『남에서는 수장(총리)이 바뀌었으니 무언가 새로운 제안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남북총리회담재개 문제)
『불가침선언의 채택,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문익환 목사 등 반체제 관계자의 석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가침선언이 채택되면 남북간의 통상·통신·교통을 주장하는 남쪽의 제안에 이의가 없다』
▲조일관계
『(조일국교정상화는) 양국인민의 염원인 한 즉시 수립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양국은 일의대수의 이웃나라이므로 친선적 기분이있으면 곧 될수 있다』
『일본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우리는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인민이 지지하는 정책이 반대당할 이유가 없다』
▲대미관계
『미국내에는 조미관계를 맺어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근래 양국간의 왕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양국이 내정불간섭 상호존중 원칙에서 해나가면 잘돼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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