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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통일을 위한 기름/이한빈(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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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통일을 위한 기름/이한빈(특별기고)

입력
199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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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제는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전에는 황폐와 파멸이 끊이지않던 이 땅에 이제는 경제부흥이되고 세계만방이 높이 알아주는 나라가 되었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해 허덕이던 이 땅에 지난 10년동안은 계속해서 풍년이 들었다. 쌀이 남아서 관리비만해도 매년 수천억원이 든다는 비명도 들린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으로 사랑의 기근이 들어서 날로 인심이 사나워지고 각종 범죄가 성행하는 모순을 우리는 작금 체험하고 있다.이런 어두운 구석을 그대로 두고 쌀이 남아 돌아가니 이제는 막걸리라도 고아 먹을 것을 장려해야 되겠다는 관변의 넋두리가 들리자,이것만은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성스러운 분노를 터뜨리면서 교회 한구석에서 기도로 시작된 실천운동이 사랑의 쌀 나누기이다. 바로 「쌀풍년을 사랑풍년으로」하자는 것이다.

「사랑의 쌀」은 수량적인 목표를 내걸지않고 시작한 운동이다. 그런데도 작년봄부터 교회와 사회에서 많은 성금이 답지했다. 도시의 큰 교회나 기업체에서 낸 다액의 성금도 고마웠지만,국민학교와 주일학교의 어린이들이 애써 모은 저금통을 털어서 천원·오천원·만원씩 바쳐서,쌀한되·다섯되·한말값을 만들어 내는일은 더욱 감격스러웠다.

또 중학생,여고생,대학생들이 줄지어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볼때 민족의 앞날에 대하여 새로운 희망이 솟구치게 되었다. 금년들어 더욱 두드러진 현상은 강원도로부터 지리산밑 산청군을 거쳐 목포와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산재한 지방의 여러교회에서 사랑의 불이 붙어 간다는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세상이 점점 더두워지는데도 또 한편에서는 이런 사랑의 불길이 퍼지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뿐이다.

이렇게 정성스레 모아진 성금은 전액 농협창고에 쌓여있는 쌀을 사서,먼저 전국에 있는 소년 소녀 가장들,장애자들,노인들을 위한 쌀밥 식당 등을 통해서 나눠주고,다음에는 북한의 동포를 생각하고 또 해외 여러군데에서 환난을 당한 자들­구체적으로는 해일을 만난 방글라데시,지진을 만난 필리핀,전쟁에 시달린 캄보디아,조국을 그리는 사할린 등 여러난민들에게 보냈다. 이럴때마다 우리가 체험한 바는 받는 자보다 주는자가 더 복되다는 성경의 진리였다. 한 예를들면,방글라데시를 다녀온 한 노목사님은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쌀을 손수 나누어줄때 그것이 그대로 생명의 쌀을 나눠주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정말 충만한 은혜를 받고 돌아와서 매스컴을 통해서 그와 같은 체험을 나누어 줄때 수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게된것도 특기할만한 일이다.

이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북한 동포들에게도 나누어 줄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심정을 가지고 했다. 꿈이 많은 소련 요셉이 형제들의 미움을사서 애급에 팔려간 뒤에도 꿈과 믿음을 버리지않고 성실히산 결과 마침내 애급의 치리자가 되어,7년 풍년에도 절제해서 양식을 저축해 두었다가,7년 흉년 들었을때 백성을 넉넉히 먹였을뿐만 아니라 고국에서 온 옛날의 원수인 형제들을 포용하고 구원해준 그 고사를 기억하면서,우리는 사랑과 기도로써 사랑의 쌀을 북한으로 보내기로 작성했다.

이 과정에는 문제도 있었지만,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셨다. 자세한것은 다 접고,우리가 사랑을 담아보낸 쌀이 인간들이 만든 장벽을 뚫고 처음으로 저쪽 동포들에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우리는 요셉이 원수와 같은 형제들에게 양식을 거저 나누어주고 그들을 용서하고 포용한 심정의 일단을 공감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들의 경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통일의 날도 하나님의 장중에 있다. 우리는 그날을 알수없어도 그길이 평탄하여 양쪽의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방법으로 이룩되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이 일을 위하여 우리는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는 슬기 있는 처녀들처럼 평소에 기름을 준비해야 되겠다. 사랑의 쌀 나누기야말로 그런 뜻의 기름이라는 것을 느낀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일,10년 풍년이 들었으니 배고픈 형제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이것보다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40년전 서로 총칼로 싸웠던 상처,이제는 싸맬 때도 되지 않았는가. 유럽의 라인강 양쪽에 사는 프랑스와 독일 사람들,한 세기 동안 세번이나 물고뜯고 하다가도 이젠 공동시장을 만들어 남 보라는 듯 잘 사는데,우리는 남북한의 공동시장이라도 만들지 못 하겠는가. 이런 길을 닦는데 이 땅의 흙 냄새가 물씬물씬 나는 쌀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더욱이 거기에 사랑이 담겼으니.이제는 쌀이 가고 시멘트가 오는 길도 열렸다 한다. 다 평탄한 대로가 열리는 징조가 아니겠는가. 감사할 뿐이다.

기도의 기름이 필요하다. 저쪽에도 이젠 교회가있다. 지하교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런데로 사랑의 쌀이 갈수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몰라도 좋으니,이런 데로 동족의 사랑이 전달될 수 있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이런 기도가 지금 태백산,소백산,지리산,한라산 할것없이 방방곡곡의 크고 작은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동포여,우리의 사랑이 담긴 이 쌀을 받아 달라. 그저 받아 달라.<사랑의쌀 나누기운동 실행위원장·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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