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천국」전통 깨질판/“인종편견”등 논란불러/관용주의 사회당 명예상실 우려도전통적으로 프랑스는 「망명의 땅」임을 자랑해왔다.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대로 자유와 평등 박애를 실현코자하는 인도적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닌,호메이니를 비롯,파리를 거친 망명객은 수없이 많다. 지금도 베트남,폴란드,알제리 등 10여만명의 정치난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브·몽탕,피에르·카르댕은 이탈리아계이고 카뮈의 어머니는 스페인인으로 그 자신은 알제리에서 태어났으며 여우 이자벨·아자니도 알제리계이다.
그러나 이렇게 값진 전통을 지닌 프랑스에 일과성일지 영속적일지 모를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TFI 텔레비전과의 대담에서 크레송 총리는 불법이민 문제에 언급,『전세기(차터)로는 가장싸게 바캉스를 떠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차터기는 무료이고 바캉스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있을 권리가 없다고 법원이 판결한 사람들을 본국으로 송환키 위한것』이라고 밝혔다.
이민규제 완화를 골자로 법을 만든 피에르·족스 국방장관(전 내무)은 전세기로 군용기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이민문제는 현재도 논쟁거리로 발전중이다.
프랑스의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의 언론들은 이러한 크레송 내각의 태도를 즉각 공격했다.
『이민문제는 선거가 닥칠때마다 단골로 도마에 오른다. 교외의 소요,실업증가,철도·항공 파업문제를 「이민」에 뒤집어 씌우지말라』고 비난했다. 크레송 내각의 이러한 자세는 70년대부터 목소리를 높여온 민족전선(프롱내셔널당수 장·마리·르펭)이 각종 선거에서 15%선의 고정지지를 획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외에도 동화되지 않는 이민에 의한 프랑스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인식때문이다.
또 사회당으로는 달아나는 유권자를 잡기위한 「우선회」외 제스처일수도 있다.
그러나 크레송의 발언은 우파의 환영은 받았을 망정 인종편견을 반대해온 단체뿐 아니라 사회당 일부 인사들을 크게 당황시켰다. 「전세기」란 사회당으로선 금기의 어휘였다.
86년 좌우동거 내각의 샤를·파스콰 내무장관은 전세기로 1백1명의 말리인을 바마코로 강제송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80%는 되돌아왔고 송환은 실패했다.
따라서 크레송이 야당적 발상으로 1백80도 전환한 것은 중대한 정책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크레송이 군용기까지 동원,강제송환 하겠다는 것은 어찌보면 「좌파 영혼의 상실」로 풀이된다.
프랑스에는 4백50만명의 이민이 있다. 이중 1백50만명은 옛식민지 북아프리카지역(마그레브) 출신이다.
사실상 프랑스에서 3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순수프랑스인은 드문것으로 지적된다.
일을 하지않고 노는 이민 가운데는 3명의 부인에 10여명의 자식을 낳아 국가로 부터 주택수당,가족수당으로 5만프랑(약 6백만원) 가까이 월수를 올려 국고를 축낸다는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민정책의 경화는 프랑스가 걸프전에 참전함으로써 전통적인 북아프리카 회교권과의 관계가 다소 손상된 것과 함께 프랑스가 애지중지하는 「프랑코포니」(불어권)에 대한 영향력의 감소를 뜻할 수 있다.
마르세유 항구의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는 뉴욕의 자유여신상처럼 북아프리카인들의 등대였다.
프랑스의 불법이민 단속강화에 대한 북아프리카인의 우려는 최근 모로코의 반체제 인사인 압델무멘·디우리씨가 프랑스정부에 의해 모로코 우방인 가봉으로 추방됐다가 행정재판에 의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것처럼 정당한 정치망명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지못하는 모로코 정부는 이민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정치아닌 경제이민인 것이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8개국이 서명한 「셍겐랜드」의 탄생은 북아프리카엔 엄청난 장벽의 돌출이다. 8개국의 경찰,사법,세관협조와 비자발급협조로 한 나라에서 정치망명을 거부하면 다른 7개국도 자동적으로 거부되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에서 일단 정치망명을 신청하면 3년간 합법적 체류가 보장되고 취업권까지 생긴다는 점을 악용하는 점도 있다. 90년 불법이민은 30만∼ 1백만으로 추정되고 정치망명 8만건이 각하됐다.
외국 출생자가 인구의 11%인 프랑스 이민문제는 장기간 단물을 빨아먹는 식민주의 뒤끝의 치다꺼리이다. 이 뒤치다꺼리를 크레송은 당차게 거머쥔 것이다.
동화되지않는 이민은 확실히 프랑스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자칫 관용주의 철학을 지녀온 사회당에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피에르·모로와 시회당 제1서기에는 이를 여론에 내맡긴다면 선거도 명예도 함께 잃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크레송이 주장한 이민강제송환은 실시할 조치가 아니라 프랑스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려는 크레송 자신의 전략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크레송 총리의 발언뒤엔 관계자의 해명이 잇달았다.
『불법이민이라도 인도적으로 다룰것이지만 그것은 수송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이다』<파리=김영환특파원>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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