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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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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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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프랑스 등 구미선진국에서는 도시사람들도 집안일을 잘하는 편이다. 지붕의 기와가 깨져 빗물이 새면 가장이나 주부가 곧잘 고친다. 대문의 페인트가 헐었으면 부부가 공동작업으로 칠하고 마루청이 가라앉았으면 가장이 목수일을 직접한다. 생전의 윈스턴·처칠이 정계를 잠시 은퇴하고 향리에 머물때 저택의 페인트칠을 하는 모습의 사진이 토픽뉴스로 전세계매스컴을 장식했던 기억도 난다. ◆처칠의 경우야 꼭 그렇다고 할수는 없겠지만,이들 잘사는 나라의 도시사람들의 「제집일 직접하기」는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여가활용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가 잘사는 사회이고 보니 남의 집 잡일이나 궂은일을 해줄만한 잡역부찾기가 힘드는 사회분위기가 주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목수,페인트공,미장공,도배공은 전문직종이 돼 임금이 엄청나게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풍조가 먼 외국의 얘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로 돼버렸다. 1∼2년 전부터인것 같다. 단독주택의 경우 대문의 페인트를 칠한다거나 마루청을 고치는 일은 이제 스스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목수,페인트공,시멘트공을 하루 쓰려면 5만∼6만원을 줘야하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도대체 이 분야 기능공을 가정에서 구해쓰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이러한 세태가 잘사는 선진국처럼 빈·부격차가 적어져 구태여 개인집의 잡일까지 안해도 되리만큼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라면 불편해도 할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2백만호 주택건립이다, 신도시 건설이다 해서 건설기능인력난을 유발시켰고,그로인해 노임구조가 왜곡됨으로해서 생겨난 것이라면 문제는 간단치만도 않다. ◆더욱이 공사현장의 스카우트과열로 건설기능공들의 콧대만 키워놔 큰공사장 선호풍조가 계속된다면 과연 괜찮은 것인지를 다같이 생각해볼 문제다. 내용과 실속도 없이 겉모양만 닮아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어느 부처에선가 건설기능공들의 직업윤리 확립을 위한 대책에 신경을 쓸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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