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할처지에 은행과 접촉 거부/거래은·정부 미온적 태도도 의혹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3남 정보근 부회장이 돌연 잠적,한보그룹 처리향방이 오리무중의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정회장이 무슨 배경을 바탕으로 이와같은 「뱃심버티기」를 태연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뒷공론이 일고있다.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면 기업주편에서 먼저 거래은행 등에 접촉을 희망하게 마련. 그러나 한보의 경우 오히려 거래은행의 접촉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체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는것은 모종의 강력한 「특혜적 힘」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되고 있다.
무려 4천억원의 은행빚을 쓰고 있으면서 은행측의 요청을 무시할 수 있는것은 어딘가 단단히 믿는데가 있기 때문이며 그 힘을 믿고 여기저기 눈치볼것 없이 독자적 행동을 해나가고 있다고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회장의 한 측근은 정회장이 외부접촉을 피해 해인사로 떠났다고 밝혔지만 정회장과 정보근 부회장은 각각 따로 인적이 드문 암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종적을 감춘 상태에서 한보측은 정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한때 정회장이 자진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정보근 부회장이 말한데 대해 당사자인 정회장이나 발설자인 정부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측근들이 「퇴진의사가 없으며 그룹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일선에서 2년여간 더 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종전의 자진퇴진설에 쐐기를 박고있는 것이다.
한보측의 이러한 일방적 행동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대응방식 역시 석연치가 않다. 통상적인 접촉마저 끊겨있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정회장이나 정부회장 등과 접촉,사태를 풀어가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있는 것이다.
한 거래은행장은 『정회장을 만나보려는 의사표시를 한보측에 전달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한보그룹의 향방을 가늠할만 한 거래은행의 움직임은 거의 중단된 형편이다.
통상적인 행태에 비춰 지나치게 소극적인 은행의 이러한 대응도 재무구조나 자금력 등에 관계없이 이미 한보의 운명이 「건재」쪽으로 결정나 있는 것으로 은행측이 지레 판단한데서 연유한다고 풀이되고 있다.
정부당국의 입장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보에 대해 채권은행들이 1백67억원의 추가대출을 할때 은행간대출액수를 조정하는 등 살리는데는 적극적이었던 정부가 앞으로의 한보운명에 대해서는 정회장 일가가 한보 소유권은 인정되는 상태에서 경영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구도를 은근히 밖으로 흘릴뿐 좀체 나서지를 않고있어 정부가 한보측에 무슨 약점이라도 잡혀 있는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고 있다.
수서사건이후 모든 과정이 일련의 「한보살리기」 각본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는 시중의 풍문이 사실이라면 한보운명의 마지막 고비인 법정관리 결정여부도 이미 결론이나 있는 상태일 것이다. 이렇게될 경우 결국 한보는 각본대로 살아남겠지만 투기와 부패의 표본이 될만한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단죄를 바라는 여론을 도외시한채 정부의 특혜적 결정을 무조건 관철시킨 또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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