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으름장에 세율 4%뿐/덤핑률 최고 백%·환율상승 감안하면 “하나마나”정부가 23일 미국의 듀폰사 등 외국 3개사에 대해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것은 국내산업 피해구제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처음 발동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덤핑방지 관세부과 상대가 세계굴지의 다국적 기업인데다 미국정부가 우리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이의를 제기하고 듀폰,훽스트 세라니스사(미국) 아사히 케미컬사(일본) 등 3개사도 국내 언론매체에 반박광고를 게재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을 보이고 있어 한미 통상마찰의 새로운 불씨가 되지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은 확고해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 덤핑방지협정 및 국내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된 사안이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달 21일 제네바주재 미 무역대표부를 통해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에 분쟁해결에 관한 협의를 요청해와 양국간 협의를 시작해야 하지만,우리정부의 확고한 입장에 따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GATT의 분쟁해결 절차를 밟게될 것이나 결과가 우리에게 불리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덤핑과세부과는 당초 방침대로 시행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5월 국내의 한국엔지니어링 플라스틱(KEP)사가 미국의 듀폰사와 훽스트세라니스사,일본의 아사히케미컬사 등 3개사를 덤핑혐의로 제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KEP는 이들 3사가 자동차부품 및 지퍼소재 등으로 쓰이는 폴리아세탈수지를 국내에 덤핑가격으로 수출,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재무부는 관세청의 덤핑률조사·무역위원회의 산업피해 조사를 근거로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86년 GATT 덤핑방지협정에 가입한 이후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발동된 것으로 지금까지 8건의 덤핑방지 관세부과 신청이 있었으나 산업피해가 미미해 조사가 종결되거나 수출중단·수출가격 인상 등으로 마무리됐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덤핑률이 20.6∼1백7.6%까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반덤핑관세는 4.0%밖에 되지않는데다 최근의 환율인상 추세에도 불구,기준 수입가격을 달러화가 아닌 원화로 계상,덤핑관세부과의 실효성을 고의적으로 줄여 외국 3사에 부담을 덜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23일 열린 관세심의위원회에서는 덤핑관세율을 4.0%,9.7%로 부과하자는 2가지 방안이 제시됐으나 논란을 거듭한끝에 표결결과 가까스로 4.0% 부과안이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채택됐다.
더구나 지난해 5월 덤핑방지관세 부과신청이 제기된 지 1년만에야 덤핑관세가 부과됨으로써 그동안의 환율상승폭을 감안하면 산업피해구제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덤핑을 기정사실화 해주고 결과적으로 조장한다는 지적까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과정에서 정부가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산업피해가 크다는 무역위원회의 공식판정이 지난 4월 내려졌는데도 불구하고 덤핑관세부과 결정을 계속 늦춰왔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나서 듀폰사에 판매가격 인상을 종용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왔다는 것.
정부로서는 불필요한 마찰을 증폭시키지 않으려는 고육직책 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전개될 개방화 시대에서 정부가 보다 당당한 자세로 반덤핑 관세제도를 운용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김주언기자>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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