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21일 경기지방을 물바다로 만든 수해는 당국의 허술한 수방대책과 무분별한 산지개발이 피해를 가중시킨 인재였다.특히 곳곳에서 산사태 등으로 25명이 숨지고 농경지 2천여㏊가 물에 잠긴 용인군의 수재현장은 인간이 자연을 거스를 경우 어떠한 재난을 감수해야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산사태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용인군 원삼면 목신리 주민들은 흙에 덮인 가재도구를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한채 하늘보다 골프장 건설을 허가해준 당국과 개발업자들을 원망했다.
주민들은 『(주)태영건설이 지난해 7월부터 골프장을 건설한다며 죽릉리 뒷산을 깎아 내려 마을주변의 하천물길이 바뀌고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가 심한 원삼면 이동면 남사면 등 3개면 주변에만 7개의 골프장이 들어서 있다.
용인군 전체에는 70년에 건설된 오산 컨트리클럽 등 10개 골프장이외에 무려 10개가 건설중에 있어 야산과 구릉지 곳곳이 파헤쳐진채 만신창이가 되고있다.
부상자들이 입원한 용인제일병원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주민들은 『당국에서는 골프장을 만들어 지역경제와 주민생활에 보탬을 준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고 있으나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인체에 유해한 농약살포와 폐수방류로 인한 환경오염,산사태로 빚어지는 인명피해뿐』이라고 분노했다.
주민들은 이와함께 「무비유환」을 거듭하고 있는 당국의 구태의연한 수방대책과 마냥 느리기만한 복구작업을 나무랐다.
경기도는 지난달 17일 36개 시·군에 장마를 앞두고 붕괴 및 유실·매몰 위험이 있는 축대 제방 절개지 등을 철저히 파악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방대책에 상응하는 예산이 뒤따르지 않아 예방과 복구 어느쪽에도 적절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시·군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용인군의 경우도 지난달 15일부터 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하고는 있지만 인력과 장비 등이 태부족,이번과 같은 집중폭우에는 속수무책일 따름이다.
읍내로 통하는 교량과 도로가 유실돼 22일까지도 전기·상수도·전화가 끊긴채 고립돼 있는 용인군 남사면 봉무리와 방아리 주민 2백여명은 다시 떨어지는 빗방울을 근심어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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