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악기 제조판매회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주)삼익악기(회장 이효익)가 대일수입금지 악기인 전자오르간(키보드)을 일본으로부터 대량으로 위장수입해오다가 경찰에 적발됐다는 사실은 윤리가 빈약한 우리나라의 기업풍토를 다시금 통탄케한다. 한보그룹의 수서사건에서 우리는 기업의 윤리부재에 분노했다. 그러한 기업비리가 재발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에 대해 「제3자에의 경영권이양」 「자본과 경영의 분리」 등 어떠한 형태로든 비리와 불법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것이 대다수국민의 생각이다. 수서사건이 매듭지어지기도 전에 터진 이번 삼익악기의 위장밀수 사건은 충격적이다.삼익악기의 밀수가 경찰의 발표대로라면 죄질이 악질일뿐더러 파렴치 하기까지하다. 삼익악기는 58년 설립이후 일취월장,오늘에는 피아노 등 40여종의 악기를 연간 1백50여만대씩 생산하는 국내최대의 악기메이커다. 피아노 등 악기의 수출에도 개척자의 역할을 수행,미국·EC 등지에서도 성가를 확립했으며 저질 등의 유리한 국제경쟁력을 이용,세계적인 일본의 대표적 피아노메이커인 야마하에 도전하고 있다. 삼익악기는 악기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업종다변화,가구·전산시스템 개발·기계·광고·원양어업 등 11개의 계열사를 갖고있다.
삼익악기의 경영실태는 지난해 매출액 1천6백1억원에 당기순이익 4억3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수출부진으로 옛날과 같은 호황은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익악기는 그들이 땀흘려 쌓아올린 국내외의 명성을 생각해서라도 수입금지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어야 했다. 더구나 그 수입금지 규정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던 것인가. 바로 삼익악기와 같은 국내 악기제조업체들을 일본 제조업체들의 공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차단벽을 쳐준 것이다. 상공부는 89년 9월 전자오르간을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지정,일본으로부터 수입못하게 빗장을 질러놓았던 것이다.
수입금지 조치는 국제적인 수입개방화 추세속에서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전자오르간은 쌀과 같은 생필품도 아니다. 국내악기제조업체의 대표격인 삼익은 수입금지로 보호를 해주는 기간을 이용,전자오르간을 연구·개발하여 일제와 맞섰어야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삼익악기는 손쉬운 「위장밀수」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이 밀수한 것은 일본 카시오사제 전자오르간 1천여대로 7억여원어치에 상당한데 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삼익악기는 법과 윤리를 위반했을 뿐아니라 소비자와 국민을 배신한 것이다. 삼익악기 위장밀수 사건으로 회장 이효익씨의 차남이자 전무이사인 이석재씨(31)도 경찰에 대외무역법 위반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삼익악기의 승계자가 될지 모르는 그는 밀수까지 경영수입한 셈이다. 기업의 준법정신과 윤리의 갱생을 위해 법과 사회가 기업에 대해 엄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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