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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5시간 용인 “물천지”/호우현장/산사태 속출·논밭 황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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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5시간 용인 “물천지”/호우현장/산사태 속출·논밭 황폐화

입력
1991.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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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 휩쓸려 집 잇단붕괴/주민들 맨몸대피… 앞날 “막막”【용인=하종오·이재열기자】 21일낮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기 용인군 일대는 논밭이 물에 잠기고 토사에 집들이 무너져 있는 등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날 상오11시께부터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퍼붓기 시작한 폭우는 5시간이나 계속돼 용인군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일가족 5명이 참변을 당한 원삼면 죽릉4리 이강학씨(37) 집뒤 쌍령산기슭은 30∼40m 가량이 칼로 베어낸듯 잘려나갔고 이 흙이 이씨집과 앞논밭 수백m를 뒤덮어 사람이 살고있던 흔적을 아예 지워버렸다. 마을 진입로변 전신주와 가로수 수십그루가 모두 뽑혀 나갔고 폭 3m 가량의 콘크리트 진입도로는 10∼20여m 마다 끊겨나가 차량통행이 불가능해져 40여가구 마을이 한동안 고립되기도 했다.

전기와 전화도 모두 나가 비가 그친 하오5시께부터 주민들이 시체발굴작업과 복구에 나섰으나 어두워지면서 횃불과 손전등에 의존하느라 작업이 거의 중단됐다.

또 이곳에서 10리가량 떨어진 원삼면 목신1,2리에도 갑자기 불어난 탄천물에 방은미양 등 2명이 강물에 쓸려내려가 실종됐으며 산사태로 마을내 가옥이 10여채 가량 부서진채 토사에 덮여있었고 미처 빼내지못한 승용차 5대도 토사에 묻혀있었다.

이밖에 용인군 이동면 천리 인근 원천부락에는 이날 호우로 집을 잃은 주민 15명이 이웃의 위로를 받으며 막막한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근 천리 신도물산 뒤편에 거주하던 주민들로 갑자기 불어난 강물로 하오2시께 1시간 가량 고립돼있다 긴급출동한 군부대 헬기편으로 구조되어 맨몸으로 이 마을에 대피했다.

원삼면 문촌2리에서는 고척골저수지가 범람,둑이 터지는 바람에 삽시간에 흙탕물이 이 마을 논밭을 휩쓸어 버렸고 집들이 모두 허리까지 물이차 주민들이 고지대로 대피했다가 어두워져서야 내려와 정강이까지 찬물을 퍼내고 있었다.

고당리 69 남상은씨(40)는 『서울사람이 마을 뒷산을 깎아 테니스장을 만들때부터 면사무소에 산사태우려를 호소했으나 방치해 결국 변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씨는 지난해에도 수해를 당해 간신히 복답을 했는데 이번에 또 논 1천3백평이 고스란히 흙밭으로 변했다며 허탈해했다.

인근 목신리 주민들은 『이곳에 서울 T개발이 골프장을 만든다고 온통 산을 깎아내는 통에 산사태를 자초했다』며 마을 복구가 끝나는대로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일가족 5명 매몰참변/물에 빠진 부자 감전 사망도

▷인명피해◁

이날 하오1시께 경기 용인군 원삼면 죽릉4리 714 이강학씨(37·농업) 집 안채와 행랑채 등 집 전체가 산사태로 무너져 이씨 일가족 5명이 압사하고 이씨부인 황미숙씨(32)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이날 이씨와 상오부터 논두렁 제초작업을 함께 했던 오훈영씨(54)에 의하면 식사를 하기위해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던중 『쾅』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보니 이씨의 집뒤 쌍령산기슭이 산사태로 무너져 이씨의 집을 덮어버렸다는 것.

오씨는 마을주민 30여명과 함께 긴급히 복구작업을 벌여 의식이 있는 이씨의 부인 황씨를 구출해 냈으나 하오4시께까지 나머지 가족들은 구해내지 못했다.

사고당시 이씨는 부인 황씨와 함께 안채 부엌에서 식사를 하던중이었으며 건넌방에는 장남 승재(12),정재(11),영재군(8) 등 3형제가 잠을 자고있었고 이씨의 노모 이옥희씨(77)는 행랑방에 있다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나자 전기와 전화가 불통돼 마을주민 30여명이 먼저 복구작업을 벌였으나 역부족으로 시체를 발굴하지 못했고 하오4시께 면사무소직원 등 공무원 50여명과 포클레인 2대가 출동,하오5시께 시체를 일부 발굴했다.

또 하오4시께 용인군 인동면 덕성1리 안병철씨 집이 무너져 안씨 등 일가족 3명이 압사했다.

이동면 어비리 장율부락에서도 하오3시께 집이 무너져 윤관현(70) 유한상씨(70) 등 2명이 숨졌다.

용인군 남서면 창리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홍윤희(10) 홍유진양(8) 등 2명이 숨졌고 하오3시께 인동면 서2리 장국진씨(61) 집이 산사태로 무너져 장씨가 숨졌다.

한편 하오2시30분께 화성군 동탄면 방교리 동이교 교각이 무너지는 바람에 승용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남원진(34) 정인선 김문기씨 등 3명이 실종됐다.

하오1시45분께 경기 오산시 은계동 56의2 차주선씨(56) 집과 이웃 정순교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되면서 차씨의 딸 혜정양(23과 정씨집에 놀러왔던 성규채씨(35)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하오3시께 용인군 원삼면 학일리 479 장경사아래 가옥이 떠내려온 흙더미에 묻혀 박은정양(16)이 숨졌다.

하오3시께 용인군 원삼면 좌항리 126 밭에서 일을 하던 황정기씨(51)가 낙뢰로 숨졌다.

또 하오2시30분께 화성군 동탄면 금곡리 508 이남진씨(60) 집 뒷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이씨의 딸 은희양(20)이 숨지고 이씨는 실종됐으며 손녀딸 순영양(10)은 부상을 입었다.

또 상오11시30분께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572의1 한전경기지사 세류지선 63호 전주앞 골목길에서 길을 가던 한경모씨(38·회사원·권선구 세류2동 580의26)와 아들 병철군(14·권선중 2)이 물살에 휠쓸려 전주를 잡는 순간 전기에 감전돼 숨졌다.

한편 하오3시30분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 용성리앞 소하천을 건너던 이 마을 김경천씨(26)가 급류에 휩쓸린 것을 김씨의 형 경산씨(28)가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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