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거구제 문제가 여당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들린다. 지난 16일의 회동에서 노대통령과 김대중 신민당 총재간에 선거공영제 확대를 위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돈 적게드는 선거」 의 방안을 모색키로 한 뒤 선거구제 논의가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되었다는 인상이다. 중·대 선거구제나 소선거구제는 제각기 일장일단이 있는 터이고,과거에도 몇차례나 논란을 거듭해오던 것이어서 우리에겐 이미 구면의 내용이다. 두차례의 지방의회 선거를 거치면서 과도한 선거자금 살포가 공명선거를 해치는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만큼 비교적 돈이 적게 든다는 대선거구제가 일부에서 검토되는 것은 이유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나 비호남 출신 서울지역 신민당 현역의원들과 지명도가 높은 호남 출신 민자당 원외인사들이 대선거구제를 희망하고 있다고 하니 이 문제는 당분간 찬반양론의 열띤 논쟁을 전개할 것 같다.여야를 막론하고 돈 적게 드는 공명선거를 제도적으로 확립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생각을 같이하고 있으며,또 그런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이론을 달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과연 대선거구제가 돈이 적게 드는 공명선거를 보장해줄 것인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하겠다. 어떤이는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며 대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보다 몇분의 1밖에 선거자금이 들지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본 유권자들의 선거의식 수준이 우리와 다르고 선거하는 양식과 방법이 각기 상이하다는 점에서 그곳의 예가 꼭 우리에게 적용된다는 보장은 얻기 힘들것 같다.
선거방법여하에 따라서는 대선거구제가 오히려 더많은 돈을 소요하게 될지도 모르며,제도자체가 우리에게 생소하다고 볼때 그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 설사 선거시에는 비용이 적게 든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의 선거구 관리비가 구의 크기에 비례해서 증대될 것이므로 총액에 있어서는 유지관리비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보는것이 옳다.
1구1인 선출방식이 사생결단식 선거과열을 낳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선거에서 당선을 위한 싸움은 선거구의 대소에 관계없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대선거구라고해서 사생결단식 선거과열이 되지말라는 법은 없다. 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아무래도 지명도가 높은 후보와 재력이 풍부한 여권후보가 유리해질 것이므로 신인이나 초선의원 그리고 실력은 있으나 재력이 부족한 후보들에게 불리해질수밖에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일이다.
대선거구제가 어째서 내각책임제와 연계되어 논의되는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겠는데 만약 여당내의 일부 의원들이 진정으로 내각제 개헌을 희구한다면 오히려 안정의석 확보에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고수하는 것이 개헌시도에 보다 유리하다고 볼수도 있는것이다.
돈 적게드는 공명선거를 확립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선은 환영해야 될일이고 또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하겠으나 공연히 내각제와 연관시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낳게할 선거구제 논쟁은 일단 보류하는 것이 정국의 안정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