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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기상이변… 「엘니뇨」 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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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기상이변… 「엘니뇨」 또 온다

입력
1991.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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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에도 페루 어장 황폐화등 큰 피해/본격화되면 중국등에 극심한 가뭄 올듯일본과 필리핀의 화산폭발,방글라데시의 태풍,중국의 대홍수 등 잇따른 환경 재해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구에 또 다른 기상이변인 엘니뇨(El Nino) 현상이 발생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이란 남미 페루연안에 형성되는 이상난류 현상을 말한다. 이 특이한 현상은 보통 5년을 주기로 남동 태평양상의 기압이 떨어지고 무역풍이 약화되면서 일어난다. 대개는 페류근해 어민들의 생계에 피해를 주는 정도로 그치지만 8∼10년만에 발생하는 경우엔 세계 전역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8년전 격심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을때 페루와 에콰도르의 어장이 황폐화돼,페루의 GNP가 10%나 감소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그리고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짐바르웨에서는 가뭄이 극성을 부렸다. 이밖에 중국의 양자강이 범람하고 미국,중동에 열파가 몰아쳤으며 필리핀과 일본에는 태풍이 불어 닥쳤다.

그런데 지금 8년만에 또 다시 엘니뇨 현상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통상 크리스마스 전후에 나타나기때문에 「그리스도의 아들」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엘니뇨 현상이 올해는 때이르게 모습을 드러낸 점도 심상치 않다.

미 국립해양대기권관리국(NOAA)은 적도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강우전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엘니뇨 현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또 지난달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 눈이 내리고 에콰도르 동부에 지난 2주동안 폭우가 쏟아진 것도 엘니뇨 현상의 징후로 판단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3∼4개월안에 엘니뇨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그럴 경우 수마가 할퀴고간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호주에까지 극심한 한발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이렇게 기상재난이 연속될 경우 국제정치 질서에까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이상 기후가 인류역사에 남긴 자국은 깊다. 기원전 2천년의 한랭기후는 중앙아시아의 아리안족을 유럽으로 몰아냈다. 5세기의 한랭기후는 게르만 대이동과 로마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

반면,11세기 전후의 온난기후는 스칸디나비아의 얼음속에 갇혀있던 바이킹에게 해양진출의 길을 터주었다.

보다 가까운 예로는 평화공존 정책을 내걸고 군사비를 삭감하는 대신 농업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던 흐루시초프가 63년 소련의 곡창지대인 중앙아시아를 휩쓴 미증유의 한발로 실각한 바있다.

금세기 최악의 대홍수를 당한 중국에는 벌써 「천하대란」을 예고하는 소리가 성급하게 나오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한발마저 몰아친다면 중국의 정국 불안은 더욱 심화될것이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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