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들의 무분별한 과잉수입으로 수입바나나의 시판가격이 폭락,수입업자들의 파산사태가 속출하는가 하면 일부 바나나는 저온창고를 얻지못해 그대로 썩어 폐기되고 있다. 수출입 1천3백여억달러로 선진국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는 신생공업국 한국의 무역운영능력을 의심케하는 파행적인 수입행태다. 우리의 상거래행위 특히 대외무역 행위에서 폐단으로 지적돼왔던 것도 수출에서의 과당경쟁이었다. 스스로 독자적인 구매자나 수출상품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 다른 업체가 개척한 구매자에 접근하여 상대적으로 싼가격을 제시하여 계약을 가로채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수출업체들이 과당경쟁,서로 손해를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멸하는 것을 보아왔다.우리는 이제 수입에서도 바로 이러한 현상을 보고있는 것이다. 바나나의 수입과잉이 바로 대표적 사례다. 농수산부에 따르면 바나나는 수입자유화가 실시된 1월이후 지난 7월15일까지 21만3천톤(약 1억9천만달러)을 수입,지난 한햇동안의 수입량 2만7천톤의 약 8배에 이르렀다. 엄청난 양이 반입된 것이다. 월별 수입량이 지난 한햇동안의 수입물량을 초과했다.
지난 1,2월 두달동안에 3만5천톤,3월 3만1천톤,4월 4만4천톤,5월 5만톤으로 피크를 이루었고 6월에는 3만8천톤으로 줄어 들었다. 바나나수입의 격증은 금년연초에 수익성이 좋았던 것에 자극을 받았던 것으로 부동산이나 증권의 투자처럼 막차를 탄 수입업자들이 손해를 봤다.
수입바나나의 경락가격은 1월 ㎏당 1천6백44원 하던것이 3월 2천68원이었으나 6월이후에는 1천원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 7월15일에는 6백92원으로 급락했다. 농수산부가 추정한 수입원가는 ㎏당 물품대 7백29원,관세와 부가세 7백94원,수송조작비 3백46원 등 모두 1천8백69원이다. 6월 이후에는 수입원가조차 건지지 못했다. 이에따라 일부 수입상들은 하역을 포기,바나나를 배삯으로 해운회사에 넘겨줬거나 헐값에 소련 등으로 재수출하는 난센스를 빚었다.
과잉 바나나수입의 피해는 바나나 그 자체에만 국한되지 않고있다. 수입바나나가 국내의 제한된 저온창고들을 선점,이제 수확돼 나오는 양파,마늘들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양파·마늘의 가격이 폭락하고 심지어 일부는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나나 과잉수입의 폐해는 공산품은 물론 농산물에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수입이 개방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주는 것이다. 과잉수입에 대해서 정부나 소비자가 손을 쓸수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업계가 과당경쟁을 하지않도록 스스로 또한 조직적으로 자제하는 길을 하루빨리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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