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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온다”… 영향·손익계산에 착잡/송탄·평택등 현지주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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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온다”… 영향·손익계산에 착잡/송탄·평택등 현지주민 표정

입력
199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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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황” “기형화” 교차/농민 땅수용 우려 “반대”/공대위 긴급대책회의 “결사저지” 성명주한미군이 옮겨갈 땅 오산·평택 기지촌 주변 주민들은 술렁이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용산의 미8군이 옮겨온다는 소문을 들어온 주민들은 막상 정식발표가 나오자 미8군 이전으로 인한 영향과 손익을 따져보느라 착잡한 표정이었다.

두곳 모두 미군 부대와 그 주변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미군의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농민들은 벌써부터 땅이 수용당할 것을 걱정하며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8군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미군의 존형 소비도시로의 기형발전에는 반대하면서 장기적으로 미군의 완전 철수에 대비,자급자족할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지방자치 단체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송탄◁

52년 「오산기지」가 형성된뒤 81년 시로 승격한 송탄은 8개동중 기지 정문앞의 신장 1·2동이 「한국속의 미국」.

시청 공보실장 홍윤선씨는 이 거리에 외국인 전용음식점 34개,샴페인 하우스(내외국인 공동 이용 술집의 속칭) 25개,양복점·신발가게 등 미군 상대 상점이나 술집이 5백여개가 들어서 있는 이 일대에서는 침체된 송파의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파경제의 70∼80%를 미군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장1동의 케이시 양복점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일하는 점원 김현준씨(28)는 『요즘 미군들은 메이커가 없는 싼 물건만 찾고 조금이라도 비싸면 단골 가게를 옮긴다』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또 살 물건을 미리 적어 갖고 오기때문에 충동 구매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케이시 양복점의 재단사 이상태씨(47)도 『기자촌 경기가 88년 올림픽이후 내리막길만 걸었기 때문에 미군 이전에 기대를 걸지만 무조건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지 후문 바로 옆인 신장1동 10통의 농민 박모씨(56)는 『비행기 소음 때문에 사람 시끄러운 둘째치고 소도 못기르고 유 등 불빛 때문에 논농사도 안된다』며 미군 이전에 반대했다.

박씨는 후문쪽의 70가구중 35가구 정도가 농사를 짓지만 비행장 근처여서 2층이상은 건축허가가 안나오고 땅값도 바닥세라며 한숨을 토했다. 또 기지확장에 따른 토지수용 보상가능성에 대해서는 『52년 수용때도 제대로 보상을 못받았다』며 『정부를 믿을수 없다』고 말했다.

송탄 시민들은 미군이전이 부동산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주택가인 서정동 788의5 거산 부동산 김종선씨(37)는 『미군 이전과 부동산값은 큰 상관이 없을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지난해 오를만큼 오른데다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많아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라는 것이다.

김씨는 『오히려 개발제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가 있는 경기 평택군 팽성읍 안정리의 3천5백여 주민들은 평택시와 7∼8㎞정도 떨어진 안정리 일대의 외딴 기지촌이 앞으로 어떻게 변모될까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곳에서 20년간 살았다는 안정9리 38 미성식당 주인 김모씨(38)는 『이미 2∼3일전에 손님들로부터 이전발표 계획을 들었다』며 땅값도 이미 오를만큼 올라 더 이상 오를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미군 이전을 환영하지만 미군 씀씀이는 짜졌다고 지적했다. 미군 4∼5명이 와서는 맥주 1병만 시켜 놓고 몇시간씩 죽친다는것. 따라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정리에서 23년간 살아온 인근 종점슈퍼 주인 이성우씨(43)는 기지촌을 「쓰레기통」이라고 비유하고 『기지촌이 안정리 밖으로 더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곳 주민들은 과수원이나 농장·공장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미군 이전을 1백%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평택 시민의 모임,전교조,농민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돤 「용산 미군기지 평택 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동의장 김종화·35)는 19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반대운동 계획을 논의했다. 이미 지난 5월 문익환 목사를 초청,시내에서 평화행진을 하는 등 반대활동을 해온 이들의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배포한 유인물에서 ▲미군 때문에 고향을 빼앗긴다 ▲전쟁나면 평택만 박살난다 ▲핵방사능때문에 기형아가 속출한다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돼 지역발전이 늦어진다 ▲자녀교육을 망치는 퇴폐 향락도시로 전락한다고 주장했고,19일에도 미군 이전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송탄·평택=이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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