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동요 「실정」 분노로 증폭… 이붕 조기퇴진론/「책임론」싸고 보수·개혁파 대립구도 이상기류중국이 금세기 최악의 홍수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쉼없이 쏟아진 비로 전체 29개 성중 양자강 인근의 18개 성에서 사망 2천명,이재민 1억2천만명이라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음에도 홍수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양자강마저 범람시킬 가능성마저 있어 중국전역에서 『하늘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민심도 갈수록 흉흉해져,치수미비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 점차 정치지도층의 「실정」에 대한 분노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고대로부터 홍수와 한발,지진 등 자연재해가 『왕조나 지도층의 부도덕함을 징벌하는 신의 섭리』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이번 대홍수도 정치적 속죄양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이같은 홍수의 「징벌론」을 토대로 한듯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17일 민심수습차원에서 이붕 총리를 비롯한 정부고위 인사들이 경질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관측통들은 등소평이 내년의 14기 전인대를 통해 이붕 등 보수파를 조기퇴진시키려 노력하고 있기때문에,홍수인책이라는 묘수를 이용해 지도부 개편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정치논객들의 예상대로 등이 이같은 수순을 정말 쓸지 또 보수파 인사들이 선선히 물러날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중국 정치·경제가 홍수로인한 충격속에서 한동안 표류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민심동요를 막기위해 7월5일에서야 비피해 보도를 내보낸 중국당국마저도 최근 「엄청난 사태」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소·안휘성 등 6개 성의 피해액이 총 3백50억원(약 70억달러)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당국발표는 정국안정을 위한 「날조」라고 지적하면서 실제 피해는 수백억달러에 이를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피해지역이 강소·안휘 등 동부곡창지대와 사천성 등 남서부 곡창지대인데다 복건·산동·광서성 등 남부 곡창은 반대로 한발피해를 입어 중국경제의 기둥인 농업생산은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농업외에도 공업시설과 교통·통신·에너지분야도 수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중국은 피해복구 기간동안 생산력 퇴조를 겪을 수 밖에 없게됐다.
이같은 경제적 고난은 연간 13억3천4백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재정의 운신범위를 더욱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리말해 긴축 및 중앙계획 경제가 불가피함을 의미하며,동시에 개혁파들이 개혁재원을 적어도 당분간은 마련할 수 없음을 뜻한다. 현지외교과에서는 『개혁파들이 지난해부터 공들여온 2단계 개혁추진이 홍수에 떠내려갔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으로 홍수방지 실패를 「현실안주」의 책임으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보수파 몰락이라는 결과가 나올수도 있으며,등의 포석이 궁극적으로 개혁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예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다.
중국 국민들 사이엔 이번 양자강 대홍수를 지난 76년의 당산대지진과 연관짓는 사람도 많다. 60만명이 사망한 당산 대지진이 발생한 그해 모택동이 사망하고 4인방이 체포됐음을 감안하면 향후 중국의 정치풍향도 예사롭지만은 않을 듯 싶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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