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과정서 일부만 강조로 윤색돼/지역당 해소는 부통령제가 효과적/정치자금공영제 안되면 중대결심김대중 신민총재는 18일 동교동 자택서 한국일보 이성준 정치부장과 2시간 가까이 특별회견을 갖고 청와대 영수회담 이후 새롭게 부각된 내각제 문제를 비롯,향후 정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내각제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일문일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16일의 청와대 영수회담은 여러모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내각제 문제인것 같습니다. 노태우 대통령과 내각제를 놓고 어떤 얘기들을 나누었습니까.
○매듭짓기 위해 제기
『처음에는 내각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당측의 국회질문에서 내각제가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등 여당내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내각제가 내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를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담에서 나는 대통령에게 「국민이 원한다고 판단하면 내각제를 할 것인가. 또 원한다고 해도 임기중에는 안할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대통령은 처음에는 「그것은 다 끝난 얘기가 아니냐」고 말했고 나는 다시 「대통령 말씀에 여운이 있는것 같고 국회에서도 내각제 얘기가 제기되고 있는만큼 대통령이 분명히 예측가능하게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될수 있겠느냐. 김총재 같은 분들이 도와준다면 모르지만」이라고 답해 나는 「우리당 태도는 변함없다」고 다시 말했지요.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청와대 회담을 계기로 내각제에 대한 여운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은 어찌된 일입니까.
『청와대 발표과정에서 윤색이 됐습니다. 마치 내가 「국민이 원하면 해야될것 아니냐」고 물은것처럼,또 대통령도 「김총재가 앞장서 여론을 만들어달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오해가 생겼다고 봐요』
청와대쪽이 발표한 회담내용이 조작됐다는 말씀인가요.
『조작됐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부분만 강조했다는 말입니다』
김총재가 심정적으로 느끼는 내각제에 대한 노대통령의 입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내가 느끼기에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내각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나 내각제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자신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려지기로는 회담결과 김총재에게 내각제의 모든 볼(구)이 넘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대통령과 「깊은 얘기」를 나눈것은 없습니까.
『거듭 말하지만 그동안 노대통령과 열번 가까이 만났어도 대화내용을 밝히지 않은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청와대 주변에는 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에 깊은 얘기를 나눴다면 사흘도 못가 새나왔을 거예요. 청와대에서 깊은 얘기란 있을수 없는 일입니다』
말씀대로라면 내각제는 앞으로 정치권에서 더이상 거론되지 않겠군요.
『우리당으로서는 여권에 변화가 없는한 재론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와의 관계는 흔히 「경쟁과 협력관계」로 표현됩니다. 내각제나 대권경쟁에 있어서는 어떻습니까.
『내각제반대엔 협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당내에서는 내각제 얘기가 간혈적으로 나오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그런 얘기가 공식석상에서 별로 나온일이 없습니다』
내각제가 대권경쟁을 의식한 대여 교란용이란 시각도 있는데요.
○여교란 필요 안느껴
『그런 보도를 보긴했지만 굳이 여권을 교란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만약 당내에서 내각제로 중의가 모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우리당은 회의가 많고 자유롭게 논의합니다. 현재는 그런 논의가 안나오고 있습니다. 내각제는 이제 끝난 얘기예요』
그정도로 실현가능성이 없는데도 내각제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여권 일부세력이 공안통치를 통해 정치권을 무력화시키고 국민불신을 조장해 14대 총선에서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을 많이 당선시킬 계획을 세워놓은 것 아닙니까. 야당을 위축,분열시킬뿐 아니라 김대표의 공천권도 제압해 선거에서 압승한뒤 내각제를 재론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김대표와 내가 반대하는한 내각제는 어려워요. 다만 여권이 영구집권의 강한 집념을 버리지 않고있어 내각제는 14대총선이 끝날때까지 수면하에서 계속 유지되겠지요. 총선이 끝난뒤 여권 내부에서 양성화될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봅니다』
만일 내각제가 공론화될 경우 김총재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대통령직선 포기못해
『분명히 우리당은 반대입니다』
반대이유가 정치명분 때문입니까,아니면 이해가 얽힌 정치현실 때문입니까.
『어디까지나 우리 정치현실에 비춰볼때 내각제는 맞지않다는 기본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첫째,유신이래 많은 투쟁을 통해 성취한 「내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는 권리를 포기할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군이 아직도 상당한 잠재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볼때 과거 민주당때처럼 군통수권이 대통령과 총리로 이원화되는 것은 군에 대한 통제가 약화될 우려가 있고 따라서 군의 정치개입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각제를 하면 정당과 의원이 특정재벌에 예속되는 등 정경유착의 우려도 있습니다』
내각제에는 2분법적 정치풍토 해소와 지역감정 완화 등 순기능적인 요소도 많은데요.
『대통령제하에서의 2분법적대립은 미국과 불란서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제거됐습니다.
지방색 해소에는 내각제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당구조 때문이지요. 지역당의 폐단을 없애려면 대통령제에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행 직선제로 선거할 경우 헤어날수 없이 지역감정의 골이 깊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상당한데요.
『그 부분이 걱정되는 점입니다. 그러나 내각제 역시 지역감정을 깊어지게 할수 있습니다. 러닝메이트제를 통해 두지역에 가능성을 함께 부여하는게 필요합니다. 또 집권자들이 집권전술로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것도 중지되어야 합니다. 지역감정은 차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사,지역개발,인간적 차별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정치체제갖고 해결할 사안이 아닙니다』
역대정권에 책임이 있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6공 이래의 지역감정에는 김총재에게도 적지않은 책임이 있는것 아닌가요.
『나는 그런 지적에 수긍할수 없습니다. 내가 많은 고난을 받고 싸워왔지만 호남사람만을 위해 싸운게 아니며 모든 국민과 민족전체를 위해서 였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상황은 영·호남 차원을 넘어 호남대 비호남의 구도로 부각되는것 아닙니까.
『현정권은 호남·비호남뿐 아니라 전북과 전남을 가르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크게 반성해야 합니다』
정치지도자의 한분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 스스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우리는 지난 지자제 협상과정서 중선거구제를 주장하는 등 지역감정 악화방지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여권이 이를 듣지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정국문제는 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 공정분배가 주가 될것으로 봅니다. 이 문제를 정기국회때까지 해결하는데 나의 정치생명을 걸 작정입니다.
이의 해결 없이는 야당의 존립이 불가능하며 선거망국론이 나올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제에 당운을 걸었다면 이번 가을정국은 정치자금의 공정분배와 선거공영제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년 선거보고 결정
현재와 같은 정치여건의 변화없이도 「대권 3수」에 도전하실 작정입니까.
『공정선거가 될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장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권문제는 내년 총선과 지자제 선거를 보고 결정할 것입니다. 아직 급하지 않아요. 당이나 야권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수 있는 좋은 사람이 나오면 언제든지 양보할 용의가 있어요. 나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은 부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대안없는 일엔 쉽게 응할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은 광역선거에서 부산에서도 1석밖에 얻지못한 자신들의 현실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겁니다』
광역선거 결과에 대해 신민당도 겸허해야 할텐데요.
『우리로서는 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제도의 해결없이는 중대결심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야권통합만이 선거에 이기는 길은 아닙니다』
중대결심이라고 하셨는데….
『목표가 관철되도록 최대한 투쟁을 하되 안되면 선거참여여부를 심각히 논의해 봐야 할것입니다』
노태우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는 깊숙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됩니까.
『그렇게까진 안되지만 오래 접촉하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있지요. 양쪽 모두 원만하지 않으면 서로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제한적으로 신뢰가 구축됐다고 할수 있습니다』
당내의 정치발전연구회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발연은 현재 있는 평민연이나 민헌연과 같은 연구모임입니다. 그런데 당초 약속과 달리 언론을 통해 총재를 공격하고 당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하는 등 계보로서도 못할 일을 하고 있어요』
선거구제 변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선거구제가 가장 바람직 합니다. 12대 국회말에 우리가 소선거구제를 관철시켰다고 해서가 아니고,일본의 가이후 내각도 소선거구제로 전환하려 하지 않습니까. 남들도 실패한 중·대선거구 제도를 우리가 따라갈 필요가 없어요』
정치일정에 대한 구상은….
『내년 4월말이나 5월초에 총선과 기초·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자치단체장은 모두 합해봐야 2백70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국회의원 2백24명을 감안해도 5백명 수준이지요. 세선거를 동시에 못할 이유가 없어요. 동시선거가 어렵다면 총선은 4월,단체장선거는 5월에 동시 실시하면 될겁니다. 1월 총선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에요』
지난 80년이나 87년 대선때 김총재가 대통령후보를 양보했다면 이번에는 당연히 김총재 차례였을 텐데요.
『그때 나만이라도 양보안한 것을 대단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유가 충분히 있었으나 지금 변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후보단일화가 됐더라도 야당이 집권했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소련방문을 계획하신다면서요….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 성숙되진 않았어요. 내달 10일쯤 돼봐야 확정될것 같습니다.』<조재용·신효섭기자>조재용·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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